◇90년대 말 대우차 매각 사례
국제협상 전문가인 박상기 BNE컨설팅 대표가 14일 이데일리TV '월요초대석'에 출연해 거론한 첫 사례는 90년말 있었던 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이었다.
박 대표는 당시 대우차의 자산가치가 70억 달러에 달했는 데도 당시 정부 협상단은 10분의 1에도 훨씬 못미치는 가격에 대우차를 미국 GM사에 넘겼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당시 협상에서 상대방은 우리측의 패를 충분히 알고 있었죠. 그들은 우리의 불리한 입장을 최대한 활용해 그같은 '대박'을 거둔 겁니다"
◇협상이란?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많이 얻었다고 생각하게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오는 기술이죠"
박 대표는 이를 '과학'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한가지 물건을 사고팔때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제간 통상협상에서는 단순히 기술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고차원적인 경험과 노하우,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가 말하는 협상의 제 1원칙은 '내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라'
"내가 뭘 잘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상황이고 무엇을 원하고 어떤 상황일 때 가장 당황하고 힘들어하는 지를 알아야 합니다"
앞서 예로 든 대우차 매각건의 경우 우리 협상단으로서는 '다급한 마음'에 미국측의 요구를 덥썩 받아들일 게 아니라 적어도 한 두번은 '튕겼어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갑자기 상대방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면 협상장 분위기가 완전 돌변하죠. 유리했던 입장이 갑자기 불리해지고 불리했던 입장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겁니다"
그럼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박 대표의 답변은 간단 명료했다.
"협상 시간을 벌 뿐 무슨 벌칙이 있는 거 아닙니다. 그야말로 협상전략일 뿐이죠"
◇쇠고기 협상에 대한 단상
국제협상 전문가로서 석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 반대 촛불 집회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득과 실이 있죠. '득(得)'이라면 두 가집니다. 하나는 그 결과에 대한 만족도와 무관하게 국민 여론으로 미국과 추가협상을 끌어낸 점입니다. 둘째는 미국이라는 강대국과의 국제협상에서 여론이라는 무기를 하나 더 가진 점이죠"
"'실(失)'은 '쇠고기'라는 예민한 먹거리를 단순 협상용 안건으로 처리를 한 점입니다. 현재 한국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상대방(미국 정부)이 알아차렸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자동차나 다른 민감한 쟁점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미국 정부가 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한국적 배려는 버려라!
박 대표는 국제협상에서 한국인의 마음과 태도를 버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상대할 사람들은 우리의 배려나 성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개개인의 이익과 자신의 목표구현을 최고로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한국인들은 유교적 문화의 영향 때문인 지 협상에서도 '실속'보다는 '좋은 평가'에 치중합니다"
박 대표는 국제 협상에서 '좋은 평가'란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이 대표하는 기업이나 국가의 국민들에게서 받아야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
◇협상..어떻게 접근해야하나
박 대표는 "협상은 글로벌화되는 현재 시점에서 우리 국민이나 정부에게 너무나도 필수적인 분야"라고 지적한다.
비단 국제간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개인과 기업, 정부, 각종 단체 등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모든 관계에서 필요한 게 협상이라는 얘기다.
"미국만 해도 국가간 협상을 할 때 각 분야 전문가 2,300명으로 구성된 협상단이 꾸려집니다. 이들은 협상 자체가 일인 그야말로 협상 전문가들이죠. 우리의 현실은 그 정도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기도 힘들뿐더러 자주 구성원들이 바뀌죠..처음부터 지는 게임 아닙니까?"
선진국들의 협상시스템과 장점을 배우고 이를 '한국식'이 아닌 '선진국'식으로 체화하는 것이 우리가 국제협상에서 밀리지 않고 당당하게 우리의 이익을 받아내는 길이라는 게 박 대표의 바램이다.
월요초대석 '박상기 BNE컨설팅 대표'편은 14일 낮 12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