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외환딜러들 담합, 어떻게 봐야하나

  • 등록 2000-08-24 오후 6:52:47

    수정 2000-08-24 오후 6:52:47

외환시장이 수면아래서 부글부글 끓고있다. 겉보기에 외환시장은 평온하다. 달러/원 환율은 하루 1원이내를 움직일 뿐이고 거래규모는 평소의 3분의 2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한달째 이어지고있는 1114~1115원 범위의 박스권거래에 치져버린 듯 은행간 차익거래를 자제하려는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덕분에 24일 외환시장에서 오후거래는 은행간 거래없이 기업들의 소규모 실수요 거래만 체결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전세계 외환거래의 70~80%가 차익거래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직무유기, 혹은 반항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고있다. ◇최근 환율흐름의 특징 꼭 한달전인 지난달 24일이후 1114~1115원 범위를 벗어난 날은 지난달 28일과 31일, 이달 7일등 단 세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이달들어 하루평균 환율변동폭은 1.28원에 불과하다. 특히 8월들어 하루 변동폭이 1원미만인 경우도 지난 16일의 80전, 17일의 60전, 21일의 70전등 세차례나 발생했다. 이처럼 환율움직임이 둔한 것은 달러수요와 공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있기 때문. 1113원선으로 내려가고싶어도 공기업이나 대기업들의 결제수요가 잔뜩 대기하고있다. 1115원선 위로는 외국인 주식자금이나 기업체 네고물량이 짓누르는 형국이다. 24일에도 환율은 개장초 달러/엔 환율의 급락세에 영향을 받은 달러매도세 출현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곧이어 나타난 매수세에 의해 박스권으로 되돌아왔다. 장중 두번쯤 1113.90원을 기록했으나 의미를 두기는 어려웠다. ◇외환시장 주변 변수가 무의미하다 환율이 철저히 수급만 바라보며 움직이다보니 증시동향이나 달러, 엔화등 국제통화의 움직임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있다. 달러/엔 환율이 109엔대에서 106엔대로 떨어져도, 주가가 하루에 30포인트 이상 급등락해도 원화환율은 요지부동이다. 환율이 이처럼 수급요인만 반영하는 것은 국내 외환시장의 근본적인 체질이 허약한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루 거래량 20억~25억달러로는 시장의 동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이런 시장에서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수급을 조절하기는 무척 쉽다”며 ”최근 동행을 보면 환율을 안정적으로 이끌려는 당국의 의지가 무척 강하다는게 시장참가자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딜러들의 움직임,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이날 은행간 차익거래에서 손을 놓은 딜러들은 환율변동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당국의 관리를 첫손 꼽았다. 그러면서 “딜러들이 차익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불만스러워하는게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들은 “환율이 지금처럼 움직이지않으면 당장 기업들은 만족스럽겠지만 결과적으로 환위험에 둔감해져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외환시장 완전개방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시장의 자율성과 저항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이견이 적지않다.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도 “환율움직임을 제한시킨 것은 당국이라기 보다 딜러들 자신”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환율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기색이면 너도나도 10전~20전 차익만 챙기고 서둘러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 딜러들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혀놓은 것이며 이는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환율움직임이 말그대로 수급에 따를 뿐 다른 요인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현실도 지적되고있다. 수출입업체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환율이 고마울 따름이라는 것. 당장은 환리스크를 걱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날 딜러들이 오후거래에서 보여주었던 단합된 모습이 지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결국 자기 포지션을 이용한 차익거래를 밥줄로 하는 딜러들이 아무리 좁은 범위라도 환율변동의 틈새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율움직임은 고정된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달러수급면에서 균형이 깨지지않았고 외부변수가 영향을 끼치기도 어렵다. 물론 월말과 추석대목이 이어지면서 수출업체의 네고물량 유입이 늘어 환율이 하락압력을 받을 가능성은 크다. 문제는 1113원선을 바닥으로 인식하는 매수세가 아직도 단단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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