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선수 상습폭행' 前감독·주장, 실형 확정…"범행은폐 시도"

수년간 감독·주장 활동하며 소속팀서 왕처럼 군림
상습적으로 후배선수들 상대 폭행·가혹행위 범행
소속 선수들·체육회 상대로 3억 넘는 돈 갈취도
  • 등록 2021-11-11 오전 10:35:41

    수정 2021-11-11 오전 10:35:41

김규봉(오른쪽)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과 장윤정(왼쪽) 경주시청 전 주장이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후 정회 시간에 이동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지속적인 폭행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최숙현 선수 등을 비롯해 소속팀 선수들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전 감독과 주장에 대해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1일 폭행치상과 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규봉 전 감독, 주장이었던 장윤정씨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을 지낸 김씨는 소속팀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선수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지속적으로 가했다. 여자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훈련에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대걸레 자루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했고 상습적으로 욕설 등으로 협박을 가했다. 또 선수들 간의 폭력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씨는 선수들이 과자를 몰래 먹거나 체중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억지로 음식을 먹게 하는 등 가혹행위도 수년간 반복했다.

10대였던 최숙현 선수를 상대로도 체중 조절을 잘하지 못한다거나 훈련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과 발 등으로 수시로 폭력을 가했다. 특히 그는 최 선수 어머니에게 직접 최 선수를 폭행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또 선수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기도 했다. 그는 ‘해외 전지훈련 항공료가 지원되지 않는다’고 선수들에게 거짓말을 해 7400만원 가량의 돈을 가로챘다. 또 경상북도체육회와 경주시체육회에 허위로 보조금을 신청해 총 2억 6000만원가량을 가로챘다.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였던 장씨도 2013년부터 팀의 주장으로 활동하며 지속적으로 소속 선수들에게 폭력과 가혹행위를 가했다.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선수들에게 이른바 ‘원산폭격’을 지시하기도 했다.

최 선수도 장씨의 폭력을 피할 수 없었다. 장씨는 2016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도중 최 선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폭행을 시작했고 이후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했다.

1심은 김씨에 대해 “당초 범행을 부인하면서 소속 선수들에게 허위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했고, 수사상황에 맞게 진술을 번복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뒤늦게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피해 훈육의 일환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김씨의 행위는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할 정도의 비인간적 대우”라며 “최 선수 유족을 비롯해 여러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씨에 대해서도 “선수단 내 최고참 선수로서 감독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 이를 이용해 후배 선수들을 상대로 상습적 폭언·폭행과 가혹행위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선수가 피해사실을 외부에 드러낸 후에도 반복해 최 선수를 조롱하는 등 오랜 기간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여러 피해자들이나 유족들로부터 여전히 용서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씨와 장씨는 1심 판결에 불복했으나,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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