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무역전쟁]②트럼프 '일자리 분노' 건드려 중간선거 때 백인 노동자 재집결 노려

안팎 반발에도 '철강과세 폭탄' 왜
국익보다 정치적 목적 우선
고립주의적 '경제 국수주의'
대부분 미국인도 동의 안해
EU, 리바이스 보복관세 검토
中, 미국産 반도체 수입 억제
실러 교수 "마치 대공황 같아"
  • 등록 2018-03-04 오후 9:00:01

    수정 2018-03-04 오후 9:00:01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트럼프의 러스트 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 공략은 계속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무역전쟁’은 11월 중간선거를 넘어 2020년 차기 대선 때까지 지속할 공산이 크다는 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는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한 중부 철강·자동차 산업지대의 백인 노동자들의 표심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입장에선 쇠락을 거듭한 이 지역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지지층 결집 시도가 태평양 건너 한국엔 ‘메가톤급’ 폭탄으로 비화하는 셈이다.

트럼프의 무차별적 무역전쟁 드라이브의 핵심인 지난 1월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이어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폭탄 선언, 상호호혜세 도입 등이 모두 러스트 벨트의 이권과 맥을 같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의 다음 타깃이 반도체와 자동차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두 산업 모두 3% 경제성장률을 견인하고 있는 한국 수출의 대표 품목이라는 점에서 철강업계의 충격과는 그 무게감이 다를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사진=AP뉴시스
◇ 반도체 美수출길 원천 봉쇄될 수도..車업계도 ‘비상’


국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이미 트럼프의 거미줄에 걸려 우회적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기업들이 반도체 특허를 침해했다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반도체 제품의 일종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이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ITC는 미국 반도체 업체 넷리스트가 2017년 11월 제기한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모듈 제품에 대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과 테세라테크놀로지가 제기한 삼성전자 메모리 패키징 기술의 미국 특허 침해 주장 모두를 들여다보고 있다.

글로벌 SSD 시장은 점유율 30%의 삼성전자가 1위, SK하이닉스가 7위를 달리는 만큼 사실상 우리 기업들을 타겟팅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ITC가 삼성전자나 SK하아닉스의 특허 위반을 지적할 경우 관세법 337조에 따라 미국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문제는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내년 이후다. 중국이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분야가 우리의 핵심인 메모리 부문인 탓이다. 중국 업체는 최근 “올 연말에 3D 낸드플래시와 D램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를 시장에 대량으로 물량을 풀면 우리 기업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의 통상압박과 중국의 물량공세라는 2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미국 측이 우리의 추가 시장 개방을 얻어내려는 핵심 분야다. 물론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두고 있지만, 생산 비중은 각각 70%와 40% 그친다. 나머지는 국내에서 생산에 미국으로 수출한다. 트럼프가 이번 무역전쟁에서 가장 거세게 저항하는 유럽연합(EU)을 향해 자동차세 부과를 예고한 데다, 트럼프의 핵심지지층이 많은 러스트 벨트에 자동차기업들이 몰려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中·EU “당하지만은 않겠다”..글로벌 무역전쟁 총성

트럼프발 무역전쟁은 미국·유럽연합(EU)·중국이라는 3대 경제권역 간 ‘보이지 않는 총성’으로 번졌다. EU는 미국의 상징 브랜드인 할리 데이비드슨, 버번, 리바이스에 보복관세 검토를 천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중국도 대두(콩), 수수 등 농산물에 대한 보복관세를 통해 전통적 트럼프 지지층인 농촌 민심을 파고들 태세다. 최근 들어 중국이 브라질산 대두 수입을 늘리는 건 이를 염두에 둔 조처로 풀이된다. 미국산 자동차와 반도체 수입 억제도 중국이 꺼낼 수 있는 보복카드로 거론된다. 중국은 매년 미국산 자동차와 반도체의 총생상 중 15%가량씩을 소화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보잉사 대신 라이벌인 유럽의 에어버스로 갈아탈 수도 있다. 중국은 매년 수백억 달러어치의 보잉사 항공기를 사들이고 있다. 이밖에도 △위안화 평가절하 △국채 등 미국 자산 매각 △북한 등 지정학 문제에 대한 입장 전환 등도 거론된다.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3일(현지시간) CNBC방송 인터뷰에 “1920년대말부터 30년대까지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대공황’ 시대를 보는 것 같다”며 “걱정스럽다(worrisome)”고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대표적인 진보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에 “미국 자동차는 멕시코산 엔진, 한국과 중국산 전자부품,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한다”며 “미국이 하려고 하는 것은 보복의 악순환을 개시하려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또 “세계 수출의 9%, 수입의 14%를 차지하는 미국이 지배적 초강대국은 절대 아니며,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CNN 기고문을 통해 “충동적이고 무식한 인물인 트럼프같은 사람이 세계 경제사와 보복의 논리, 무역의 기초 과목을 중시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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