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15세기 완성된 이탈리아 원근법의 과학적 실현`? 이 장황한 설명의 표제어는 `영화`다. 그런데 관객은 개인이다. 다큐멘터리든, 판타지든, 아방가르드든 사실 감독의 의도와는 별개로 영화는 개인의 영역이 된다. 그러나 메시지를 부각할 수는 있다. `그림`을 통해서다. 때론 상징으로, 때론 연기자로 그림은 영화에 적극 개입한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지낸 미술평론가가 제시한 `미술언어로 영화 읽기`다. 미술과 영화 두 장르를 오가며 쌓아올린 문화이해의 틀로 읽으면 된다.
책이 의도한 것은 영화 속에 숨은 미술의 기호학을 파헤치는 거다. 미술이 은유나 비유로 활용되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예는 적잖다. 영화 `올드보이`에는 앙소르의 `슬퍼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입은 웃으며 눈은 울고 있는 이 그림은 주인공의 비극을 상징했다. 또 영화 `노팅힐`에선 두 남녀 주인공이 대화를 나누던 식탁 뒤로 샤갈의 `결혼`이 보인다. 이는 이들이 갈등 끝에도 종내는 행복한 결말을 향해 날아갈 미래에 대한 힌트다.
영화는 물론 미술까지 반드시 교훈을 얻겠다는 계몽주의적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간 작가나 감독의 의향을 과도하게 해석하려드는 이들에게 자신만의 독법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돋보기를 쥐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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