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에서 가격인상은 보통 호재로 통한다. 제품 가격을 올리면 그만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5일 SPC그룹의 삼립식품(005610)이 빵값을 7.7% 올리자, 주가도 7.21% 뛰었다가 다음날 삼립식품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빵값 인상을 하루만에 철회하자 6일 주가는 7.98% 빠졌다.
하지만 KT&G(033780)는 예외다. 담뱃값 인상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했지만 KT&G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는 찾기 힘들다.
7일 증권업계에서는 담뱃값 인상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KT&G에 대해 가격 인상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전일 1% 넘게 상승했던 KT&G 주가도 이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오전 10시59분 현재 KT&G 주가는 전일비 0.91% 하락한 7만6000원을 기록중이다. 통상 제품 가격 인상은 호재로, 인하는 악재로 통하는 증시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겉으로 보면 담배를 생산·판매하는 KT&G에게는 호재다. 한번에 가격이 80% 오르니, 그만큼 매출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우선 2000원 인상분 중 KT&G에 떨어지는 돈은 50원뿐이다. 1950원은 담배소비세 등 각종 세금과 소매자 유통 마진으로 빠진다. 실제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소지는 낮다는 것.
여기에 비싼 가격 탓에 담배를 끊는 사람은 늘어난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인남자 기준 현재 44.5%인 흡연율이 가격 인상시 37%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흡연율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2005년 500원 인상때 보다 더 큰 수요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4분기 가격인상을 가정할 경우 국내 담배 수요는 올해 4.6%, 내년 12.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담뱃값 인상을 호재로 보지 말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정혜승 연구원은 “담배가격 인상안에 따른 KT&G 손익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 연구원은 “ 담배세 인상을 호재로 해석할 가능성 있으나, 이를 근거로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할 경우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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