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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3시 19분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재해복구(DR)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네이버는 서비스 중단 없이 일부 장애만 있었던 반면, 카카오는 서비스가 먹통이 됐고 여전히 복구가 완료되지 않았다.
16일 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네이버는 사고 직후 4시간여 만에 뉴스댓글 등 화재로 차질을 빚은 서비스들을 정상화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화재 사고 발생 11시간 만인 16일 새벽 2시 16분께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 기능부터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네이버와 비교하면 최소 7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대응이 달랐던 이유에 대해 △데이터센터의 트래픽 분산 정도와 △이중화 및 분산처리 능력을 꼽았다. 네이버는 2013년 춘천 구봉산 자락에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만들고 서버 대부분을 직접 관리하면서 ‘각’을 포함한 6개 데이터센터에서 트래픽을 분산 처리한다. 이번에 불이 난 판교 데이터센터에서도 네이버 트래픽의 10% 정도를 처리하나, 중요 서비스는 거의 실시간으로 ‘미러링(Mirroring·특정 데이터 A를 B와 C에 실시간으로 보내는 것)’하는 등 이중화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첫 데이터센터를 오는 2023년 안산시 한양대 캠퍼스혁신파크 부지에서 준공한다. 또, 이번에 불이 난 판교 데이터센터에 서버 3만 2,000대를 몰아두고 메인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운이 나빴지만, 화재로 한꺼번에 3만 2,000대 서버에 전원 공급이 끊기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자 속수무책이었던 셈이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도 이중화 조치가 부족했음을 시인했다. 홍 대표는 “이중화한다고 했지만 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피해가 컸던 것은 (택시나 결제 등)다른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카카오톡 소셜 로그인과 인증이 판교센터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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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사태로 탈(脫 )카카오 움직임도 있다. 화재로 ‘카카오톡 계정 로그인’ 서비스가 먹통이 되자,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로그인 독립’을 준비 중이다. 11월 21일부터는 업비트 로그인만 지원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어제 카카오톡 불통기간 동안 모바일 앱 첫 화면 검색창 하단에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끊기지 않는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보냈다. 휴대폰 문자 이용자들 사이에선 ‘채팅+(이통사 공동 메신저)’에 모임방을 만들어 카카오톡을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정부 규제 때문이 아니라, 카카오가 자사 서비스에 대한 안정성 확보에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