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27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 유지의 마지노선인 공명당과 연립 여당 마저 과반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취임 8일 만에 하원인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거를 실시하는 승부수를 던진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책임론이 당내에서 커질 전망이다.
| (사진=일본 공영방송 NHK 출구조사 갈무리) |
|
이날 오후 8시 일본공영방송 NHK가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465석 가운데 자민당은 153~219석을 차지하며 현재 247석에서 의석수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과반인 233석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자민당·공명당은 174~25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시바 총리가 목표로 내걸었던 연립 여당의 과반 의석인 233석 확보가 아슬한 상황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이전보다 의석수를 크게 늘린 128~191석으로 예상됐다. NHK 출구조사는 이날 약 4000곳에서 31만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2021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이날 오전 7시 일본 전국에서 시작돼 오후 8시 종료됐다. 최종 선거 결과는 28일 오전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12월 불거진 자민당 내 ‘비자금 스캔들’과 최근 물러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에 대한 심판 여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 유세에서 비자금 사건으로 인한 신뢰 회복을 호소하는 한편 자민과 공명당의 연립정권만이 국정을 책임질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이시바 총리는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12명을 공천 배제하기로 결정하는 등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선거 운동 마지막 날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 공천을 받지 못한 출마자가 대표를 맡은 지부에 자민당 본부가 활동비 명목으로 2000만엔(약 1억8300만원)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총선 패배의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중의원 임기는 4년이지만, 이시바 총리는 내각 신임을 묻기로 결단해 조기 총선을 시행했다. 내각 출범 직후 허니문 기간에 선거를 치르는 게 지지율이 낮은 여당에 그나마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시바 총리는 파벌을 가급적 배제한 내각 구성으로 국면 전환을 노렸으나 내각 지지율은 출범 한 달도 안 돼 30%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취임 한 달도 안 된 이시바 총리에 대한 당대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선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가 단명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