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오희나 기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경매시장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만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찰된 물건 위주로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경매시장의 한파가 더 이어질 전망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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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수도권 아파트 중 응찰자 수 상위 20곳에는 평균 43명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경매 1965건의 평균 응찰자 수인 6.8명과 비교해 6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응찰자 상위 20개 매물은 평균 두 차례 유찰됐다.
지난 20일 기준 서울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76.30%를 기록했다. 지난달 낙찰가율이 76.50%로 9년 만에 80% 밑으로 떨어지면서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부담이 커지고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다 보니 2~3차례 유찰된 물건 위주로 응찰자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지난 18일 진행한 서울 양천구 목동한신 전용 85㎡는 감정가 16억300만원에서 3차례 유찰되면서 10억6770만원 가량에 매각됐다. 응찰자수는 45명에 달했지만, 매각가율은 66.60%에 불과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현대 전용 120㎡는 감정가가 12억6200만원 수준이었지만 3차례 유찰되면서 8억6100만원에 팔렸다. 매각가율은 68.20% 수준이다.
63명이나 몰린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 신안인스빌 전용면적 85㎡(8층) 매물은 8억1000만원에 감정됐으나 두 번 유찰된 후 5억8900만원(매각가율 72.7%)에 낙찰됐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5단지 전용 95㎡ 또한 감정가가 23억4000만원이었는데 2차례 유찰 끝에 17억5250만원에 팔렸다. 응찰자는 18명이었지만 매각가율은 74.90% 수준이었다.
|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강북의 아파트 단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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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매에 나왔지만 매각에 실패하고 2~3차례 유찰된 물건이 쌓이면서 저가 매물에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 특히 입지가 좋거나 재건축 호재가 있는 물건들 위주로 응찰자가 몰리는 등 경매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두 번 정도 유찰돼 가격이 애초 감정가보다 훨씬 저렴해진 매물 가운데 교통 호재나 좋은 입지나 실거주하기 좋은 여건을 갖춘 단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아울러 가격 경쟁력이 있는 매물에는 저가 매수를 노리는 응찰자가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다만 침체한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응찰자도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낙찰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올 하반기 경매 물건이 쏟아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고금리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과 집값 추가 하락의 우려로 낙찰가율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며 “하반기에는 금리 영향을 받는 물건들이 대거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