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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 사건들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공통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문재인 정부가 국정농단 조력자로 낙인찍은 우 전 수석에게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朴정권 비리, 우병우가 연결고리?
21일 검찰에 따르면 KAI 경영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하성용 사장 소환 시기를 조율 중이다. 하 사장도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낀 듯 이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KAI 경영비리는 하 사장 취임 이후 일감 몰아주기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감사원은 지난 2015년 감사를 통해 이같은 정황을 포착했지만 사실관계를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도 수사의뢰를 받은 뒤 2년 간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다가 정권이 바뀌자 사실상 수사를 재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검찰과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총괄한 것은 우 전 수석이다. 고등훈련기 T-50과 한국형 헬기 수리온 개발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심과 지지를 감안해 KAI를 비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관련 비리도 마찬가지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관세청은 2015년 7월과 11일 이뤄진 사업자 선정에서 한화와 두산에 혜택을, 롯데에 불이익을 줬다. 박 전 대통령이 롯데를 탈락시키라고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를 통해 당시 우 전 수석이 이끌었던 민정수석실 직속 특별감찰반이 롯데 등 대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진행한 정황이 포착됐다.
청와대가 지난 14일 깜짝 공개한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 문건에도 우 전 수석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한 과거 정부 시절 문건 300여건을 특검과 검찰에 제출했는데 작성 시점이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다. 2014년은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2016년은 민정수석으로 재직했던 때다.
이에 대해 우 전 수석은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檢, 우병우 재수사 나설까 촉각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수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KAI 등 방산비리 척결을 강한 어조로 주문했고, 감사원은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면세점 비리 감사 결과를 내놨다. 청와대는 전(前) 정권 시절 문건의 작성 경위와 진위 파악을 직접 요구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의혹은 발생 시점과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윗선을 추적해 올라가다 보면 우 전 수석과 맞닿을 수 있는 사안들이다.
검찰도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재수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가 제출한 과거 민정수석실 문건 조사와 관련해 “(문건의) 대략적인 소재가 나와 있어 작성자 확인이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며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 정권 때 민정수석실에 파견됐던 전·현직 검사도 필요하면 조사할 것”이라며 우 전 수석 조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적폐청산·검찰개혁 등을 강조하는 현 정부 입장에서 우 전 수석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라며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우 전 수석이 주도했다는 악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