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활성화 올인]①`외날개` 한국 경제 "한계 봉착"

대기업 정책 자아비판.."체질개선 시기 실기"
수출-내수 연결고리 약화..서민경제 위기위식
  • 등록 2011-06-22 오후 12:20:00

    수정 2011-06-22 오후 6:29:1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화려한 경제지표와는 달리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경기 회복의 수혜는 대기업이 누리고 중산층과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라는 말이 굳어지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했던 정부가 친 서민으로 갈아탄 데는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사회 안정과 국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내수 활성화 배경과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 대해 두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시장 부근에서 20년째 식당을 하는 이창선(52. 가명)씨는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가장 바닥상태"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인건비, 물가, 재료비가 모두 뛰고, 손님은 크게 줄면서 가게 운영 경비조차 나오지 않는다"며 "하던 일이니까 마지못해 가게 문을 열어 놓은거지..경기회복은 무슨 경기회복이냐"고 말했다.

경제가 회복됐다고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바닥이다. 이를 반영하듯 현 정부의 국정기조도 경기회복에서 `내수활성화, 서민 체감경기 개선`으로 바뀌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3기 경제팀도 이 국정기조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에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지난 17~18일에는 87명의 장, 차관 등을 모아놓고 아이디어를 짤 정도로 독려하고 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 서민생활 체감경기 개선에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는 명쾌하다. 물가 상승, 가계부채 부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서민 경제가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 때문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이대로는 필패`라는 현 정부와 여권의 위기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 대기업 중심·수출 위주 정책..내수 활성화에 악영향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지표 경기와 서민들의 체감 경기가 따로 노는, 이른바 경기의 괴리 현상에 직면해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현 정부는 출범 초기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그 성과가 사회 전반으로 퍼지게 한다는 `트리클다운 효과`에 역점을 뒀다. 현 정부 출범 초기 물가 상승이란 부담을 갖고서도 수출기업에 유리한 고환율 정책을 펼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율이 오르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들은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둔 반면 해외에서 원자재를 사와야 하는 내수 기업들은 부담이 더욱 커졌다.

대기업 수출 중심의 정책 기조는 지나친 무역의존도라는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낳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올 1분기 무역 의존도는 97.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역의존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재화수출·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50~60%대였으나 2008년 90.5%로 치솟은 이후 80~90%대로 크게 상승했다.


◇ 경기 괴리 현상..달라진 경제구조에 낙수효과 힘들다?   문제는 이 같은 대기업 수출 중심의 경제 정책이 정부의 희망대로 낙수효과는 커녕, 소비자 물가 상승과 대외 변수에 따른 취약성만 키우는 등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부분만 키웠다는 것.

여기에 과거 경공업 위주의 수출 구조였던 우리나라 경제가 대기업, 고부가가치 산업 수출 중심으로 바뀌면서 경제 성장이 내수 활성화와 고용 창출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0년에는 10억 원을 수출할 때 15.3명에 달했던 고용창출 효과는 2008년에는 9.5명으로 크게 줄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과거엔 경제 성장하면 그 성장이 고용으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분배가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였다"며 "하지만 90년 대 이후 경제의 세계화가 이뤄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면서 트리클 다운 효과도 잘 나타나지 않은 구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05년만 해도 5~6% 성장하면 50만명씩 고용창출이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30만명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내수 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우겠다고 나선 데는 더 이상 대기업, 수출 중심의 경제 구도로는 바닥을 치고 있는 서민 체감경기를 개선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위기의식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 대기업 중심의 외날개 경제..'경제체질 개선' 시기 놓쳐    정부의 수출 대기업을 통한 낙수효과가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 여건변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정 지출 확대로 위기 극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 마저도 안했다면 위기 극복이나 할 수 있겠냐`라는 지적이다.   한편으론 대기업도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투자, 고용을 줄였고, 내부에 현금을 쌓는 데 주력했다. 정부가 이 같은 대기업의 행태에 투자 고용 창출을 독려했지만 전반적인 기조를 바꾸기는 역부족이었다. 재정지출 확대로 위기 극복이란 발등의 불을 끄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위기에서 벗어난 지난해 체질개선을 위해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책 테마로 정부는 서비스 선진화를 추진했지만, 이익 집단의 반발과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나 변호사, 약사, 회계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고 추진한 전문자격사 제도가 표류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G20 서울 정상회의라는 국제적 행사 개최도 정부가 경제의 체질개선 노력을 분산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동반성장이 정책 목표로 등장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와 중소기업 정책의 전면에 나섰다. 경제체질 개선 보다는 대기업 옥죄기 라는 비판 섞인 메아리로 돌아왔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제 체질 개선 시점을 놓쳤다는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말 인사청문회에서 "지난해부터 체질개선 노력을 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연례협의에서 "서비스업을 제2의 성장동력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제조업의 특혜를 제거하고 서비스업의 취업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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