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시대)④약국집 아이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 등록 2006-02-01 오전 11:31:41

    수정 2006-02-01 오후 3:59:50

[이데일리 조용만기자] 미국의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79) 의장이 퇴임전 마지막으로 주재한 행사는 올들어 처음 열린 31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그린스펀은 이날 시장의 예상대로 연방기금 금리를 4.5%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것으로 18년반 동안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직무를 마치고 역사속으로 퇴장했다. 신임 벤 S. 버냉키(52) 의장은 이날 상원 인준을 거쳐 1일 오전 9시 연준에서 공식 취임식을 갖는다.

그린스펀 의장은 후임 의장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고별 기자회견도 가지지 않은채 조용하게 직무를 마쳤고,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그린스펀의 지인들을 초청해 퇴임 환송회를 열어 떠나는 길을 축복했다.

◇`마에스트로` 퇴장..지휘봉은 버냉키에게

역대 최고의 의장으로 평가받는 그린스펀은 재임기간 주가폭락과 IT버블, 911 테러 등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미국경제의 최장기 호황을 이끌어왔다.

미국 경제와 세계 금융시장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는 경제학 교수출신의 벤 버냉키. 그린스펀이 강력한 리더십과 정치력을 바탕으로 연준을 장악하고, 특유의 직감과 분석, 간접화법을 통해 시장을 통제했지만 버냉키의 스타일은 다르다.

월가의 바닥에서부터 실물경제를 익힌 그린스펀과는 달리 상아탑에서 거시경제학 대가로 이름을 날린 버냉키는 원칙에 충실한 이론가로 평가받고 있다.

◇약국집 아이에서 경제 대통령으로..버냉키는 누구?

벤 샬롬 버냉키는 1953년 12월13일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태어났지만 유년시절의 대부분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딜런에서 보냈다. 딜런은 이민자였던 그의 할아버지가 1940년대에 정착해 약국을 연 곳.

아버지는 약사, 어머니는 교사 출신으로 어린 시절 버냉키는 숫자와 언어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영어 철자 맞추기 대회인 `스펠링 비`(spelling bee)에서 우승했고, 야구통계에 대한 관심은 그를 열혈 야구팬으로 만들어놓았다. 공부를 하지 않을 때는 약국일을 돕거나 지역 건설현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색스폰 연주에도 능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속독을 익히고,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미적분학을 독학으로 깨우치는 영민함을 보였다. 미국 대학입학 수학능력적성검사(SAT)에서 1600점 만점에 1590점을 얻어 하버드 대학에 진학, 본격적으로 경제학을 공부했다. 경제학 박사학위는 MIT에서 땄다.

할아버지로부터 대공황 얘기를 듣고 자란 버냉키는 미국같은 강대국에서 왜 대공황같은 충격이 발생하는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이후 폭넓은 연구를 통해 대공황의 원인이 상당 부분 FRB의 미진한 통화정책에 있었다는 사실을 규명해냈다.

◇FRB의 역할은 무엇?..버냉키호에 관심 집중

프린스턴과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낸 버냉키는 `미국의 대공황 시대와 FRB의 역할`에 대한 연구로 거시경제학계에서 명성을 떨쳤다. 이는 부시 대통령 집권후 자연스럽게 FRB에 발을 담그는 계기가 됐다.

2002년 FRB 이사가 된 버냉키는 연준내에서 그린스펀 다음의 영향력있는 인물로 부상했고, 지난해 6월 경제자문회의(CEA) 의장으로 백악관에 진입한다. 데 이어 4개월 만에 그린스펀의 후임으로 지명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워싱턴에서 스페인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 안나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아들 조엘(23)은 브라운 대학에 재학중이며 딸 앨리사(19)는 세인트존스 대학에 입학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과 24시간 살아 움직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휘해 갈 버냉키의 앞길에는 난제가 적지 않다. 그린스펀의 유산인 금리인상 기조를 언제 종결할 것인지, 금리정책의 기본틀을 어떻게 설정할 지는 시장의 최대 관심사. 버냉키는 연준내에서 대표적이 인플레이션 타겟팅(물가 목표제) 옹호론자로 알려져 있지만 반대세력은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는 그린스펀 시대의 관성이 깨지고, 새로운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을 `버냉키 리스크`로 부르고 있다. 눈덩이 처럼 불어난 미국의 가계부채와 재정적자도 버냉키의 몫으로 남아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린스펀이 물려준 달갑지 않은 유산을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했다. 독이 든 성배를 받은 버냉키가 과연 어떻게 난제들을 헤쳐 나갈 지는 월가와 세계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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