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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로 옮기는 관료 출신들이 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인터넷 플랫폼이 미치는 사회적인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부, 국회 등 대외 환경에 대한 반응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MB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관료 출신들이 통신회사로 적(籍)을 옮긴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우영규 전 4차위 팀장 카카오로, 이광용 전 방통위 서기관 네이버로
22일 업계에 따르면 우영규 전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총괄팀장이 조만간 카카오로 이직한다. 우 전 팀장은 정보통신부 사무관, 방송통신위원회 서기관,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 정보통신전문관 , 미래창조과학부 서기관 ,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이사관, 4차위 지원단 총괄팀장으로 일한 정통 관료다.
외부에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합리적인 일 처리가 장점이다. 그는 2019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활동중인데, 오는 11월부터 카카오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는 카카오에서 대외협력(CR) 업무를 권대열 부사장과 함께 담당할 예정이다.
우영규 전 팀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11월쯤 합류하게 될 것 같다”면서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들어 관료 출신 정책 전문가들을 잇따라 영입하는 것은 단순히 정치권 발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막아보겠다는 게 아니다.
스타트업(초기벤처)로 시작해 시가총액 3위(네이버), 6위(카카오)가 되는 과정에서, 다소 부족했던 정치권·정부와의 소통을 넓히면서 기업의 거시적인 전략 방향을 가다듬기 위한 측면도 있다.
12~13년 전 통신사 규모 커질 때는 실장급들 KT, LG U+ 이직
같은 맥락에서 2008년, 2009년 이명박 정부(MB)시절 관료 출신들의 통신사 이직이 잇따랐다. 당시 KT는 KTF 합병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석호익 전 정통부 기획관리실장을 CR부문장으로 영입했고,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합병법인이 된 LG유플러스는 비슷한 시기 유필계 전 방통위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을 CR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구글 간 MB맨 임재현 전무 퇴사…김용수 전 과기부 차관 김앤장 행
글로벌 1위 플랫폼 기업인 구글도 지난 2015년 이명박 전 대통령 수행비서 출신인 임재현 정책부문총괄 전무를 영입했으나 올해 8월 31일 국회에서 인앱결제강제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직전에 사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김용수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9월 초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김앤장에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장관을 지낸 노준형 전 정통부 장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윤창번 전 미래전략수석과 당시 방통위 상임위원(차관급)이었던 이기주 전 방통위 상임위원에 이어 ICT분야 장·차관만 4명이 포진하게 됐다.
여기에 오남석 전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 김준상 전 방통위 방송정책국장 등 국장급과 실무자급까지 포함하면 김앤장이 영입한 공무원 숫자는 10여명을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 김앤장이 방통위 두 실장(기획조정실장,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을 모두 영입하려 해서 당시 최시중 위원장이 격노한 바 있는데 이후에도 김앤장의 관료 영입은 멈출 줄 모른다”면서 “페이스북-방통위 소송,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소송 같은 중요 사건에서 외국계 빅테크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김앤장에 전직 관료들이 대거 활동하는 것은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