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겉으론 "전면전 원치 않아"…뒤에선 전쟁 준비

이스라엘·헤즈볼라 공방 후 추가 공격 여지 남겨
헤즈볼러 "첫 번째 보복…결과 평가후 추가 공격 가능"
이스라엘 "아직 이야기의 끝 아냐…상황 따라 대응"
BBC "물밑에선 전면전 준비…충돌시 하마스때완 달라"
이란 예고한 보복도 아직·팔 휴전안 거부…확전 우려↑
  • 등록 2024-08-26 오전 9:47:09

    수정 2024-08-26 오후 7:01:2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본격적인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물밑에선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BBC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측이 내놓은 성명을 보면 전면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공군이 25일(현지시간) 북부 국경지역 상공에서 레바논 헤즈볼라가 발사한 무인기를 요격한 모습. (사진=AFP)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4시 30분 경 전투기 100여대 등을 동원해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 등을 타격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 조짐을 포착했다. 헤즈볼라가 30분 후인 오전 5시에 대규모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헤즈볼라는 오전 5시께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300발이 넘는 로켓과 무인기 등을 쏟아부었다.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대해 성명을 내고 “7월 30일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공습해 고위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암살한 데 따른 ‘첫 번째’ 대응”이라고 밝혔다.

BBC는 “이스라엘군이 공격에 대해 2006년 헤즈볼라와의 전쟁 이후 최대 규모 공격”이라고 짚었다. 다만 “공습 규모에 비해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양측 모두 사상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목할만한 점은 양측이 공방을 주고받은 뒤 내놓은 입장이다. 헤즈볼라가 이번 공격이 첫 번째 대응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데 이어, 헤즈볼리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는 TV연설을 통해 “공격 결과를 평가한 뒤 추가 공격을 개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다른 시간에 다시 보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스라엘의 선제 대응 주장에 대해 나스랄라는 “명백한 침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도 “전면전까지는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지 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공습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이스라엘군도 가자지구와 북부 레바논 국경에서 전쟁을 벌일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추가 공격은 물론 전면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BBC는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은 병력이나 무기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하마스와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송은 “헤즈볼라는 약 15만개의 로켓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는 이스라엘 전역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며 “하마스에는 시리아 내전을 경험한 전투원도 다수 포함돼 있어 하마스보다 훈련도 장비도 잘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다른 주요 외신들과 전문가들도 확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이란이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자국 수도인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것과 관련해 예고했던 보복을 아직 단행하지 않은 데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새로운 휴전 협상안을 거부해 군사적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완충지역인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하겠다는 말을 뒤집었다. 또 휴전 이후 가자지구 북부로 귀환하는 피란민들을 검문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기존에 합의된 사안을 철회하거나 새로운 조건을 더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이집트 측에 거부 의사를 통보하고 휴전 협상 대표단을 철수시켰다.

이와 관련, 나스랄라는 이날 연설에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오늘까지 (보복) 대응을 미뤄왔다”고 설명했다. 협상이 결렬될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도 헤즈볼라의 공격을 환영하며 “보복이 확실히 다가오고 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중동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앞으로의 미래도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에후드 야리 연구원은 NYT에 “헤즈볼라는 보복의 첫 단계라고 밝히며 이란의 승인을 받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열어뒀다”며 “(다음 전쟁) 단계가 있을 수 있다. 점진적인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과 요르단 등 국제사회는 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요르단 외무장관인 아이만 사파디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평화를 이룰 모든 기회를 죽이는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내각에 대해 억제력과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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