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홍수 희생자 1만1000명 넘어…부실대응이 피해 키웠다

1998년부터 댐 균열 알려졌지만 조치 없어
역대급 폭우에도 市정부는 대피령 대신 통금령
  • 등록 2023-09-17 오후 6:08:36

    수정 2023-09-17 오후 7:21:54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리비아 동부를 강타한 대홍수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1만 1000명을 넘어섰다. 오래전부터 댐 균열이 알려져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이 알려지며 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폭풍우로 폐허가 된 리비아 동부 지역.(사진=AFP)


1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번 대홍수로 데르나시에서만 최소 1만 1300명이 사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도 1만 1000명에 이른다. OCHA는 “수색·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어 사망자·실종자 수치가 몇 주 동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둘메남 알가이티 데르나 시장은 지난 13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라비야TV와 인터뷰하며 사망자가 최대 2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중해 폭풍 대니얼은 지난 10~11일 데르나 등 리비아 동부에 24시간 동안 414.1mm에 이르는 폭우를 쏟아냈다. 이로 인해 댐 두 곳이 무너지면서 데르나를 덮쳤다. 홍수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

이번 대홍수를 두고 리비아 국내외에선 부실한 인프라 관리와 재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노를 키우고 있다. 이번에 무너진 댐의 경우 1998년부터 균열이 알려졌지만 무아마르 카다피 군사독재와 내전을 겪으며 제대로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리비아 동부를 통치하는 리비아국민군 정부는 댐 유지·보수 예산 집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홍수 당시 데르나시가 대피령 대신 통행 금지령을 내리며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종용한 것도 참변을 키웠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기상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재난당국이 시민을 대피시켰을 것이고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홍수 이후 일주일이 지나며 음식과 의약품 등 국제사회에서 보낸 구호품이 리비아 현지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다만 콜레라 등 수인성 질병이 유행하며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홍수 과정에서 쓸려 내려온 지뢰와 불발탄도 구호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 유엔은 리비아 이재민 구호에 7100만달러(약 945억원)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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