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와 이지영의 '학벌 파문'

'신데렐라 신드롬' 강권하는 사회
  • 등록 2007-07-19 오전 10:48:00

    수정 2007-07-19 오전 10:48:09

[오마이뉴스 제공] 이번엔 유명 영어강사 이지영씨다. 그도 학력을 속였다고 한다. 영국에서의 생활이라고 해야 랭귀지 학원 1년, 기술전문학교 1년 다닌 게 전부인데도 브라이튼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곳에서 언어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고 속였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전한다. 그의 학력은 사실상 '고졸'이라고 한다.

할 말은 뻔하다. 양비론이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도 문제이지만 사회를 기만한 행위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케케묵은 얘기 외에 달리 꺼낼 게 없다.

이미 신정아씨에 면역된 터다. 실소에 붙이거나 한숨 한 번 내쉬고 치울 일일 수 있다. 헌데 그게 아니다. 두고두고 가슴을 무겁게 하는 게 있다.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 제목에 이 단어가 등장한다. "신데렐라"다. 졸지에 유명강사, 벼락스타가 된 현상을 빗댄 표현일 게다. 흔히 쓰는 이 비유가 가슴을 누른다. 이런 연유다.

신데렐라는 착하고 예쁘고 성실했지만

신데렐라엔 나름의 필연성이 있다. 착하고 예쁘고 성실하다. 이런 바탕이 선녀의 마술지팡이를 만났기에 왕자의 유리구두를 신을 수 있었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 반드시 기회가 주어진다는 얘기, 이게 신데렐라의 필연성이다.

적용해 보자. 이 필연성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발현될 수 있을까?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한민국엔 마술지팡이가 없다.

아예 없는 건 물론 아니다. 고시라는 게 있다. 사법고시·행정고시·외무고시가 있다. 한국사회의 지배계층으로 수직상승하는 코스다. 이 사다리엔 학력제한이 없다.

하지만 추상적이다.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해 멸망할 가능성과 동급이다. 고시를 통과하려면 수년 동안 수천만 원의 돈을 들여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더 큰 문제는 용케 고시를 통과한다고 해서 탄탄대로가 열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다음엔 학맥과 파벌이 휘감는다. 역시 능력과는 무관하다.

가까운 예가 있다. 유명 만화가 이현세씨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백을 했다. 자기도 학력을 속였다고 했다. 고졸인데도 대학 중퇴로 속였다는 것이다. 그의 고백은 이렇다.

"제게 남은 마지막 콤플렉스가 학력이에요. 보다 정확히는 학력을 부끄러워 한 마음이죠. 친구들 따라 6개월 도강한 게 전부인데, 만화가 히트한 다음에 사람들이 '어느 대학 나왔느냐'고 묻는 거예요. 당시만 해도 만화가라면 한 수 내려보는 풍토라서 '중퇴'라고 거짓말했죠."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이 있다. "만화가 히트한 다음"이다. 그가 학력을 속이기 시작한 시점, 학력을 속여야 했던 이유가 이 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현세씨의 고백이 이런 질문을 낳는다.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을까?

대한민국에선 아니다. 버림받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발마사지를 받아야 한다. 외척(인맥)의 힘이 막강하지 않는 한, 쉼없이 왕자의 눈에 들어야 하는 것, 이게 대한민국의 생존법칙이다. 서울대를 나왔다는 교수가 상고 출신 대통령을 '한 수 내려보는' 사회, 이 곳이 대한민국이다.


닫힌 대한민국, 개구멍 파는 사람들

왜 일찌감치 고해성사를 하지 않았냐고 힐난하는 건, 옳은지는 몰라도 현실적이지는 않다. 주류에 편입되고 '성공클럽'에 가입하는 순간 그 곳의 복장과 그 곳의 예법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 발버둥친다.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들여 특수대학원에 등록하고, 역시 수백만 원을 들여 논문 대필을 부탁한다. 이렇게 해서 비주류를 탈색하고, 무늬만이라 해도 턱시도를 걸치려 한다.

대한민국은 닫힌 사회다. 육중한 철문과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성채다. 성밖 사람들이 들어갈 문은 없다. 방법은 오직 한 가지, 개구멍을 파는 것이다.

마무리하기 전에 되짚을 게 있다. 대전제다. 이지영씨와 신정아씨의 능력은 출중했던 걸까? 이 점이 확인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논의는 빈 얘기가 된다.

신정아씨는 잘 모르겠다. 그가 큐레이터로서 유명 전시회를 여러 차례 열었고 그 덕분에 상까지 받았다고 하지만 상당수 미술평론가들은 부인한다. 그가 연 전시회는 대부분이 언론에 크게 어필할 만한, 대중영합적인 전시회뿐이었다고 한다.

그럼 이지영씨는? 이 또한 다른 사람의 평가를 빌릴 수밖에 없다. 영어강사, 방송DJ에 대한 수강생과 청취자의 평가를 엿볼 수 있는 창이 있다. <조선일보>가 전한 그의 강사 실적, 그리고 그가 진행한 KBS라디오 '굿모닝팝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청취자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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