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경제학자 '학현' 변형윤 교수 별세…향년 95세

분배경제학 가르치며 균형 경제 발전 강조
성장 중심 韓경제에 소득 재분배 개념 도입 평가
  • 등록 2022-12-25 오후 5:24:24

    수정 2022-12-25 오후 7:32:22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원로 진보 경제학자인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24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고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사진=연합뉴스)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25일 “변형윤 명예 이사장이 별세했다”고 밝혔다.

변 교수는 1927년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나 경성 중학을 졸업하고, 1945년 서울대 상대 전신인 경성경제전문학교에 입학했다.

변 교수는 195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근대적 경제학 이론을 한국 경제학계에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주요 저서로는 ‘경제수학’(1957), ‘통계학’(1958), ‘경제 및 경영 통계’(1960) 등이 있다.

1980년대에는 변 교수는 주류경제학만으로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고, 외채 위기 등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연구 관심을 비주류경제학으로까지 확대했다.

변 교수는 제자들에게 분배경제학 등을 가르치며 소득 재분배와 균형적인 경제 발전을 강조해왔다.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1982년 아호를 따 설립한 ‘학현연구실’(현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전신)은 ‘학현학파’의 산실이 됐다. 학현학파는 변 교수의 경제이론을 따르는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의 모임이다. 성장 일변도의 한국 경제 구조에 소득 재분배라는 진보적 개념을 도입했다.

학현 학파로 분류되는 학자들이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부처에 기용됐다. 대표적으로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꼽힌다.

서울대 상과대학 학장으로 재임하던 1970~1975년에는 유신정권하에 학생들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 학장으로서 불가피하게 데모를 한 학생들을 징계할 수밖에 없었지만, 제자들을 위해 법정에서도 변론을 아끼지 않았다.

민주화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변 교수는 1960년 4·19 혁명 당시 4·25 교수단 데모에 참여하고, 1980년 서울대교수협의회 회장으로 시국선언에 앞장섰다. 1989년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창립 당시 공동대표도 맡았다.

변 교수의 분향소는 서울대학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아들 변기홍 씨와 딸 변기원·변기혜 씨가 있다. 발인은 27일 오전 9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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