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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발생한 단전 사태와 관련해 “자포리자 원전 인근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체 6기 중 2기의 원자로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전력망과의 연결이 끊어졌다”고 밝혔다.
에네르고아톰은 “침략자들의 행동(공격)이 원전을 전력망에서 완전히 분리시켰으며, 이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다만 “현재는 백업 시스템이 가동돼 전면적인 사고 발생 우려는 없다”고 덧붙였다.
화재 때문에 발전소와 외부를 연결하던 마지막 송전선이 훼손됐다. 총 4개의 송전선 중 3개는 이미 전쟁 여파로 파괴된 상태였고, 마지막 남은 1개마저 러시아의 포격으로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22일에도 포격으로 원전 내 일부 기반시설이 파손됏고, 원전과 주변 화력발전소를 잇는 전력선이 끊어졌다가 복구되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공격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자포리자 원전에 대해 논의했다. 두 지도자는 러시아가 원전에 대한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반환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전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이날 밤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포격으로 전력망이 손상된 이후 백업 디젤 발전기를 통해 전력 공급에 성공했지만, 원전은 현재 방사능 유출 사고에 위험할 정도로 근접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단전 사태는 러시아가 원전을 통해 생산하는 전력을 크림반도 등 러시아 점령지에 공급하기 위해 전력망을 교체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와 관련, 페트로 코틴 에네르고아톰 대표는 가디언에 “러시아가 남아 있는 원자로와 전력 연결을 차단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 이를 원전 직원들에게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의) 계획에 따라 전력망을 교체하다가 90분 동안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원자로는 위험한 온도에 도달한다”고 경고했다. 90분 이상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원자로가 녹아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거의 매일 자포리자 원전 또는 그 근처에서 새로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잃을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24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협상에 대해 “성공에 아주 근접했다. 수일 안에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