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적 성격이 강한 자본을 위주로 하는 ‘공영’ 형태를 제안했지만, 승인심사부터 운영원칙에 이르기까지 특혜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인 갈등이 어느때보다 큰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서비스업 활성화 정책이 일자리를 늘리기 보다는 오히려 사회 분열을 촉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공영홈쇼핑’ 신설을 골자로 하는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2015년 상반기 ‘공영 홈쇼핑’ 채널을 만들어 초기 창업기업 및 중소기업의 창의·혁신상품을 수용하고, 기존 홈쇼핑사에 비해 낮은 판매수수료율을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늘어난 TV홈쇼핑, 일자리 오히려 줄인다
TV로 하는 상거래는 지금도 공급과잉이다. 이에 따라 홈쇼핑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기전용을 표방해 활동 중인 ‘홈앤쇼핑’을 제외한 5개 홈쇼핑업체(GS홈쇼핑, CJ오쇼핑(035760), 현대홈쇼핑(057050), 롯데홈쇼핑, NS홈쇼핑)의 취급고(상품판매액)의 성장률은 -2.3%였다. 홈쇼핑 시장 1, 2위 사업자인 CJ오쇼핑과 GS홈쇼핑의 경우 금년 상반기 각각 -7%, -10% 성장했다.
국내 홈쇼핑 시장 자체가 공급 과잉이 시달리면서, CJ오쇼핑은 7개국 9개 사이트에 GS홈쇼핑은 7개국 7개 사이트에 진출해 해외에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다. 롯데홈쇼핑 역시 중국, 베트남, 대만에 진출했고 현대홈쇼핑은 중국에 진출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을 만들려면, 기존 홈쇼핑 사업자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재승인 조건을 만들어 해외 시장에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게 해야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으로 내세운 콘텐츠 활성화에도 공영홈쇼핑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홈쇼핑 산업은 국내 몇 안 되는 해외 수출 산업이자 동시에 유료방송을 먹여살리는 생태계의 중심에 있다”면서 “공영홈쇼핑이 등장하면 송출 수수료 경쟁이 격화되고 유료방송 플랫폼의 수신료 수입비중은 줄어 이를 나눠 갖는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수익이 줄고 미디어 생태계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금 줄이려면 특혜 줘야 하고, 정상 운영 되려면 중기지원 어려워
정부가 ‘공영홈쇼핑’을 밀어부치게 된 것은 중소기업청, 기획개정부, 지자체 등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한 건의문이 한 몫했다.
그러나 이미 중소기업청은 이명박 정부 시절 중기전용으로 허가 받은 ‘홈앤쇼핑’의 2대 주주(15%)이고, 중소기업중앙회가 홈앤쇼핑의 대주주인 점을 고려했을 때 기존 6개 홈쇼핑이나 T커머스 사업자들에게 중소기업 제품 우대 정책을 쓰는 게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중소기업청 국정감사에서 길정우(새누리당) 의원은 중소기업 진흥정책의 난립을 지적하며 목동에 위치한 행복한세상 백화점의 부실 운영을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공영홈쇼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부의 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정부는 공영홈쇼핑의 재원은 공적인 부분으로 하는 걸 염두에 두고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만 팔도록 한다는 계획인데, 이미 경쟁이 치열한 TV기반 상거래 시장에서 공영홈쇼핑이 이 같은 기능을 하려면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고, 이경우 국민 세금을 기반으로 하는 정부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반대로 홈앤쇼핑의 사례처럼 출범이후 기존 홈쇼핑사의 중기 고객들을 중심으로 유치하고, 대기업 상품도 팔며, 20번 대 이하의 황금채널까지 주는 특혜를 준다면, 정부가 발표한 중기지원이라는 설립 취지는 무색해진다.
정부 대책이 행정편의주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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