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3]‘이부망천’ 막말에 소용돌이치는 지방선거

“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막말 논란 후폭풍
11일 한국당 윤리위원회 열릴 듯… 징계수위에 관심
정의당·인천시민 단체 검찰 고발 “의원직 사퇴하라”
인천 신도시 중심 기초단체장 선거에 영향 미칠 듯
  • 등록 2018-06-10 오후 4:49:19

    수정 2018-06-10 오후 4:49:19

[이데일리 김기덕 이종일 기자] 지방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의 막말이 정치권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각 정당은 이번 막말 논란을 지방선거 판세 굳히기에 들어가거나 마지막 반격에 나설 절호의 기회로 삼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세에 몰린 한국당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를 서둘러 소집하는 등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1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당 소속 인천지역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당 정태옥 의원의 인천 비하 발언과 관련, “저와 300만 인천시민들은 당 차원에서 정 의원을 즉각 제명처리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윤리위원회 열릴 듯… 최고수위는 제명

유정복 자유한국당 인천시장 후보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당 소속 인천지역 국회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정태옥 의원의 막말 사태에 책임을 지고, 머리 숙여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며 “당 차원의 제명 처리를 함과 동시에 정 의원은 정계를 완전 떠나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는 당 차원의 징계요구와 함께 본인과의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7일 정 의원은 당 대변인 자격으로 YTN방송에 출연해 6·13 지방선거 판세 관련한 대담 도중에 “서울 사람이 이혼하면 부천으로 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고 말했다. 유정복 현 인천시장이 시정을 잘 운영하지 못해 인천의 실업률, 가계부채, 자살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당 후보를 옹호하기 위한 발언은 해당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반발, 의원직 사퇴까지 주장하고 나설 정도로 후폭풍이 거센 상황이다. 이른바 ‘이부망천’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정의당을 비롯해 인천 지역 시만단체들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정 의원을 상대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국당에서는 홍준표 당 대표가 징계 처분 논의를 위한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했다. 중앙윤리위원회 제11조는 당 대표 또는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을 때 윤리위를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 대표가 요청했으니 빠르면 11일 윤리위가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며 “윤리위원들도 대부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되는데다 인사문제는 신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처벌 수위를 예상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당규에 따르면 윤리위 소집시 징계 범위는 최고 제명에서부터 탈당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의 수위로 정해진다. 다만 당원에 대한 제명은 위원회의 의결 후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확정하며,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은 위원회의 의결 후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원권 정지는 한달 이상 3년 이하의 기간을 정한다.

민주당은 이번 막발 발언을 기회로 잡고 인천 지역은 물론 네거티브로 얼룩진 경기지사 선거에도 이용할 방침이다. 최근 여배우 스캔들로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이날 부천역 북부광장 유세에서 “청산돼야 할 세력이 누구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꼬집었다. 추미애 당 대표도 경기 광주시를 찾아 “최근 쓸데없는 것 갖고 말들이 많은데 도지사는 일하는 능력을 보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문병호 인천시장 후보가 1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의 인천 비하 발언과 관련, 정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천 기초단체장 선거, 영향 불가피할 듯

이처럼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로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준 과거 사례도 적지 않은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도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과거 선거를 직전에 두고 정치인들의 막말 논란은 상대 당에게는 큰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내뱉은 ‘노인 폄하’ 발언은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정 의원은 당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된다.(투표일에)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발언해 거센 역풍을 맞았다. 이 발언의 여파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이라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과반이 겨우 넘는 15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민주통합당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김용민 당시 서울 노원갑 후보가 노인 비하 발언으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일부 반사효과를 얻어 과반 의석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해 치러진 대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박근혜를 떨어뜨리러 나왔다”고 말해, 되레 보수층 결집에 명분을 주기도 했다.

이번 정태옥 의원 발언 여파가 인천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천에서 보수성향이 강한 곳은 인천 강화군, 옹진군, 연수구, 중구, 동구, 서구 등 6곳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신도시가 있는 연수구, 중구, 서구에서 한국당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로 신도시에 입주한 30~40대 젊은 세대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인천시민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정 의원의 발언이 지지율을 더 하락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수구 송도동에 사는 박모(45·여)씨는 “정태옥 의원의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한국당을 다시 보게 됐다. 연수구청장 선거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구 신포동에 거주하는 최모(52)씨는 “연수구, 중구, 서구가 보수성향이 강하지만 최근 신도시 입주민들로 인해 일부 성향이 바뀌었다”며 “민주당 지지율이 높아졌는데 정 의원 여파로 이들 지역 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굳히기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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