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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투자자대로 금융기관 창구에서의 까다로운 절차와 시간지연에 불평을 호소하고 있고, 관련 금융기관 들은 늘어난 업무에 규제만 더 강화되었다고 볼멘소리가 많다.
그러나 관행을 바꾼다는 것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앞서 이러한 법률을 시행했던 영국이나 호주에서도 실제로 관행이 정착될 때까지는 4~5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하니, 우리도 좀더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자본시장법에서의 투자자 보호제도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나 금융투자상품 판매권유시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를 강화하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금융기관에 부과함으로써 강력한 보호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용에 있어서는 투자자와 금융기관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 많은바,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의 본래 의미와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를 참조해 보다 유연하면서도 투자자 보호의 실효성을 더욱 높여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상품전문 판매업 법 제정이 실현된다면 우리나라에도 IFA제도나 펀드 수퍼마켓 등 펀드 판매채널이 다양화되기 때문에 투자자보호제도는 원칙 차원에서가 아니라 실제적용 차원에서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자산운용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자산운용사와 판매회사, 수탁회사, 사무관리회사, 펀드평가 회사 등은 지나간 펀드열풍과 폭락장세를 교훈으로 삼아 시장의 신뢰를 제고하고 투자자들의 고통을 나누어 짊어진다는 각오로 관련제도를 합리화하고 관행을 개선해 나가야한다.
또한 자산운용산업 내에 산재해 있는 비효율과 낡은 관행을 조속히 개선해 산업 전체의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나누어 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자산운용보고서나 투자설명서 등 관련 서식·절차를 획기적으로 합리화하고 공시절차를 간소화하며 펀드 회계 제도, 펀드 기준가 계산 등 백오피스(back office) 기능을 대폭 개선해 나가야만 앞으로 다가올 자산운용산업의 확장기에 대비할 수 있을것이다.
펀드세제개선은 당면과제중의 과제이다.
특히 올해 말로 일몰이 다가오는 해외투자펀드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세는 여러 가지 법리상으로나 실제 적용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에게 알맞은 발전모델이 무엇인가부터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자국내 연금시장을 획기적으로 확대시키면서 자산운용산업의 성장과 고령화 사회의 노후생활자금 소요를 한번에 해결해낸 호주 모델을 참고 할 것인가, 해외판매펀드의 자국내 설립을 적극 유도해 가고 있는 싱가폴 모델을 볼 것인가, 아니면 백 오피스 중심의 금융허브를 이루어낸 아일랜드 모델을 참작할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적 자산운용산업 발전 모델을 찾고 우리나라에서도 피델리티 같은 세계적인 회사가 나올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자본시장에는 항상 탐욕과 공포가 공존해오고 있다.
2007년의 펀드 열풍이라는 탐욕은 이제는 공포가 되어 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가 이러한 시장의 탐욕과 공포를 이겨낸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탐욕과 공포를 이겨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장기투자, 특히 적립식 장기 투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공포가 만연되어 있거나 회의가 시장을 지배할 때면 더욱 적극적으로 적립식 펀드에 매월 적립금을 부어나가는 것이 바른 재테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