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10일 치러진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 예상대로 여당(자민당과 공명당)이 압승을 거둘 것이 확실시된다.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앞섰던 여당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비극적인 사망에 대한 동정표까지 받아냈다. 자민당 내 역학 구도 변화에 따라 냉랭했던 한·일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진=AFP) |
|
참의원 투표가 마무리된 이날 오후 8시 직후 발표한 NHK 출구조사 결과, 참의원 전체 의석수 248석 중 절반인 125석을 뽑는 이날 선거에서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69~83석을 얻을 것이 유력하다.
참의원 의원 임기는 6년이며,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임기가 3년 남은 여당 참의원 수는 70석으로, 이번 선거로 자민당과 공명당은 총 139~153석을 확보해 과반을 넘기게 된다. 선거 전 여당 의석수 139석보다 최대 14석이 더 늘어난다. 최종 개표 결과는 11일 확정된다.
이미 선거 일주일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승리가 점쳐졌으나, 아베 전 총리가 지난 8일 나라현에서 자민당 유세활동을 벌이다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압승이 당연시됐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유권자들의 동정표가 자민당에 쏠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아베 전 총리의 평생 숙원인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NHK는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개헌 세력인 4당은 최소 82석 이상을 확보해 개헌선 3분의 2(166석)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기존 개헌을 지지하는 4개 당 의석수는 84석이어서, 개헌안 발의에는 최소 82석이 필요했다. 개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일본인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일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했다. 단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위세가 약화하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온건보수인 자신만의 정치적 색깔을 뚜렷이 할 경우라는 조건 아래서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S) 원장은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는 당내 최대 파벌의 영수인 아베 전 총리가 사라졌기 때문에 한일 관계에서 자율적·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