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4.1%로 정부의 물가목표치(3±1%)를 넘어섰다. 더구나 1분기까지는 원자재 가격상승, 농축수산물 공급 감소 등의 영향으로 높은 수준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좀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신흥국의 경기회복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이 부족해 물가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농산물 상승세 지속..구제역도 날로 심각 이상기온으로 인한 공급 감소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 투기성 자금 유입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심상치 않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주요 식품의 도매가격 변동을 지수화한 `식품가격지수`는 1월에 전달보다 3.4% 상승해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농산물 가격급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농산물 가격불안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신흥시장국 인플레이션 현황과 정책대응`보고서에 따르면 농수산물의 급등은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상승과 통화량 증가에 따른 `구조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1월 전년동월 대비 2.6%로 15개월만에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근원물가 상승세가 커지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국제적으로 곡물과 원자재가격 상승이 물가불안을 부추기는 가운데 국내 물가불안요인도 거세지고 있다. 구제역이 공기로도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물가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 1월 돼지고기 값은 전달보다 15.1%나 급등했다.
◇ 수급안정이 물가불안 잠재우나..경기회복 인플레이션은?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의 물가불안은 석유와 농축수산물 수급이 언제 안정될 것인가의 문제"라며 "수요가 증가하는 측면도 있지만 공급측면에서의 불안이 더 크다"고 밝혔다.
농산물 가격불안은 한파, 폭우 등 이상기후로 국제시장에 수출하는 브라질, 호주 등의 작황이 좋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으로 기후여건이 개선되면 공급이 증가해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가격도 이집트 등 중동사태가 마무리되면 수급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에서는 경기회복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이 부재해 물가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5% 경제성장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물가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소홀하다는 항간의 지적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존 립스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4일(미국시각)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흥국은 식료품과 에너지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경제성장을 억제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흥국이 여전히 확장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을 운용해 물가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립스키 부총재는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지속하긴 해도 더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 구조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성장세가 물가 압력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