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해고된 수민(이영훈)은 게이 호스트바에서 일하게 된다. 수민이 일했던 회사 부사장의 아들인 재민(이한)은 대리운전사이기도 했던 수민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수민은 호스트바에 손님으로 찾아온 재민을 거부하지만 곧 그와 사랑에 빠진다.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 스토리와 인물 구도는 흡사 70년대 ‘호스티스 영화’ 같다. 현격한 계층 차이가 있는 손님과 접대부의 사랑이 부모의 반대와 다가오는 결혼으로 위기를 겪게 된다는 그렇고 그런 얘기. 괴로움에 자해를 한 연인에게 붕대를 감아주는 장면에서 손잡고 함께 바닷가를 거니는 장면과 음악에 맞춰 춤추다 키스하는 둘을 창 밖 실루엣으로 잡는 장면까지, 구체적 묘사도 클리셰(상투적 표현)로 가득하다.
이 영화의 다분히 의도된 통속성은 그 사랑의 형태가 동성애란 사실과 만나면서 기묘한 에너지를 생성한다. ‘꽃미남’ 계열인 이영훈과 이한은 좀 거칠긴 하지만 극에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관객의 거부감을 줄였다.
동성 간 사랑도 남녀 간 애정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이야기와, 확연히 달라 보이는 성적 행위 묘사 사이의 충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로맨스에 사회문제를 절묘하게 녹여냈던 50년대 할리우드 멜로의 대가 더글러스 서크의 솜씨 같은 것이 ‘후회하지 않아’에도 있을까라는 의구심보다 더 근본적인 의문은, 이 영화의 정서적 부조화에 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