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3·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력 당권주자들을 둘러싼 계파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윤심(윤석열대통령의 의중)이 향하는 종착지이자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김기현 의원과 반윤 프레임으로 정치 생명마저 위태로워진 나경원 전 의원의 대립 구도로 판이 짜지는 모양새다. 이는 과거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로 나왔던 서청원 대 김무성과의 대결과 묘하게 닮아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현재 비윤계 당권주자로 떠오른 나 전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전당대회와 관련한 출마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 나경원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제공) |
|
최대 관심 사안은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도전 여부다. 앞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겸 기후환경대사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은 물론 친윤계로부터 파상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과연 뚝심있게 당 대표에 도전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 따라 최근 잠행을 이어가던 원조 반윤의 대표주자인 유 전 의원도 당대표 도전 여부를 결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전당대회가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컨벤션 효과가 아닌 친윤과 비윤 간 대결구도로 치러지면서 자칫 분열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친윤계 핵심이자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의 거친 공격에 나 전 의원은 “제2의 진박(진짜 친박근혜계) 감별사가 당을 쥐락펴락한다. 2016년 악몽이 떠오른다”며 계파 갈등을 우려하기도 했다.
| 김무성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
|
이번 전당대회는 친박·비박으로 쪼개져 전당대회를 치렀던 과거 2014년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와 닮은 점이 많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열린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전 의원을 밀었지만 결국 비박의 구심점이 된 김무성 전 대표가 당선됐다. 당시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은 현재의 윤심으로, 진박계 의원들의 내부 결속을 위한 행동은 최근 친윤계 의원들의 나 전 의원에 대한 집중 견제로 등가 교환이 된다.
이런 이유로 전당대회에서 이후 선출되는 당대표의 제1의 책무로 당내 계파 갈등을 청산, 공정한 당정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꼽힌다. 실제로 과거 김 전 대표가 당선된 이후 계파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며 ‘진박 공천→ 옥새 파동→ 총선 참패’로 이어지면서 여권 분열과 탄핵 정국을 야기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는 과거와는 다른 점이 있다. 친윤계 의원들이 대중성을 앞세운 유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을 견제해 전대 룰을 당원투표 100% 반영(기존 당심 70%·일반여론조사 30%)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만약 본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수도권 연대나 윤핵관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하며 비윤이 당선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친윤과 비윤 간 갈등과 견제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결선투표를 도입해 과거와 게임의 룰이 조금 다르다”며 “현재 수도권에서 여당이 절대 열세이기 때문에 윤심을 보지 않고 공천 여부나 수도권 승리 가능성 등을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