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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최근 검찰이 수사를 위해 법무법인(로펌)을 압수수색하면서 법조계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목적으로 법원 허가를 받아 했다는 입장이지만 변호사업계는 방어권 침해라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지난달 19일 가습기살균제 판매업체 애견산업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이 의뢰인의 내부자료를 갖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 로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해 11월12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일제 강제징용자 손해배상소송 개입 의혹과 관련,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측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변호사업계는 의뢰인(피의자)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비밀유지의무를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는 의뢰인과의 상담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비밀 보호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이 있는데 검찰이 중대한 공익상 이유 등을 사유로 침해한다는 것이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기업 등 의뢰인이 변호사와 수임계약을 하는 건 법률적 지식을 얻기 위한 것 외에도 이 방법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라며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자료 등을) 가져가면 의뢰인이 로펌에 와서 자신 잘못 등 모든 것을 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입장에선 실체적 진실 규명이 중요하겠지만 변호사는 방어권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이런 압수수색은 방어권에 대한 약간의 침해가 아니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법인 변호사도 “압수수색으로 로펌을 압박해 수사 대상인 피의자를 겁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변호사업계에선 로펌 압수수색 등을 막기 위해 이 참에 변호인의 비밀유지권을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은 `변호사 직무에 대한 모범 규칙`에서 의뢰인 사망이나 중대한 신체상해 방지 목적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독일은 범죄 혐의 증거자료 획득을 위해 로펌을 압수수색할 수 없다. 검찰은 변호사업계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로펌 압수수색 때 범위를 최소화하는 등 신중하게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