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전세사기, 역전세(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앞 세입자의 보증금보다 뒷 세입자의 보증금이 낮아지는 현상) 여파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단독·다가구나 다세대·연립과 비교해 전세 보증금이 비싸고 같은 가격 대비 평수도 좁지만 시세를 알기 어려워 사기나 역전세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다는 판단에 아파트 전세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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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지역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 전세 거래건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4월 5000여건을 기록하던 단독·다가구 전세는 올 4월 2571건으로 급감했다. 분기 기준으로 비교해봐도 작년 1분기(1~3월) 1만6125건이던 단독·다가구 전세는 올 1분기 1만712건에 그쳤다.
다세대·연립 전세 거래건수도 올 4월 4235건에 그쳐 1년 전(8066건)과 비교해 반 토막 났다. 1분기로 비교해도 지난해 2만2755건에서 올해 1만6008건으로 급감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건수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올 1월 1만1310건에서 2월 1만4589건으로 늘었고 3월에도 1만3737건 가량으로 1만건 이상을 유지했다.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건수는 3만9636건으로 지난해 3만9046건에 비해 600여건 가량 더 많았다.
아파트 전세 수요가 받쳐주면서 전셋값 하락폭도 둔화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이 2023년 5월 1주(5월 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주간 아파트 전셋값 낙폭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0.19%→-0.13%), 서울(-0.13%→-0.11%)과 지방(-0.18%→-0.13%) 모두 하락폭을 줄였고 5대광역시(-0.24%→-0.17%), 8개도(-0.13%→-0.11%), 세종(0.10%→0.07%) 역시 하락폭이 줄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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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단독·다가구나 다세대·연립에 비해 전세사기 위험도가 낮단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는 보증보험 가입이 더 쉽고 전세가나 매매가 시세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돼 있어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가 적다. 특히 학군지나 회사가 몰려 있는 지역의 아파트 전세 수요는 상대적으로 더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마포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A씨는 “작년이나 재작년 이맘때쯤과 비교해 요새 전세를 찾는 세입자 대부분이 아파트 시세를 가장 많이 묻는다”며 “아무래도 전세사기 때문에 장기간 거주할 전셋집은 소형이라도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