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영국 시장에 진출한 지 40년 만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에 힘입어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점유율 상승의 가장 큰 배경은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실용성과 가성비가 꼽힌다. 실제 경쟁사 동급모델 대비 가성비가 뛰어난 스포츠유틸리티(SUV)·해치백뿐 아니라 친환경차로 호평을 받은 전기차(EV6) 판매가 두각을 나타냈다. 여기에 유럽 시장 내 현지 영업통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18일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와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올 8월까지
현대자동차(005380)·
기아(000270)의 영국 자동차 시장 내 판매량 비중은 12.3%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9%에서 3.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현대차·기아가 영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한 건 1982년 현대차가 포니를 영국에 수출한 이후 40년 만이다. 무엇보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토요타(7.0%) △닛산(3.9%) △혼다(1.6%) 등 일본 브랜드가 한 자릿수 점유율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기록이라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판매량으로 보면 올 8월까지 현대차·기아의 누적 판매량은 12만409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7% 늘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5만2356대, 기아가 6만8139대로 집계됐다. 기아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연간 10만대 판매도 가능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현대차·기아가 영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 SUV 중심 시장 공략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실제 영국의 올 8월까지 누적 판매의 모델 ‘톱 10’를 보면 준중형 SUV 기아 스포티지가 1만9194대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스포티지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 1월 영국 베스트셀링 모델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준중현 SUV 투싼도 1만8912대로 6위에 이름을 올렸고 소형 SUV 기아 니로는 1만6235대로 9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실용성 면에서 현대차 i20과 i30, 기아 씨드 등 해치백 모델들도 꾸준히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기아의 EV6가 영국의 자동차 전문지 ‘왓 카’에서 BMW, 아우디 등의 전기차를 제치고 최고의 모델로 선정되는 등 전기차도 시장 점유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차와 기아가 저렴한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최근 나온 신차의 품질과 더불어 가성비를 넘어 좋은 차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며 “브랜드 인지도가 쌓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영국 시장에 약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