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긴 이재용…다음 수순은 '삼성전자 주가'

삼성전자와 합병설..삼성SDS 실적부진에도 주가 상승세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분 0.57% 불과해 '약한 고리'
"결국 오너 지분 많은 삼성SDS, 중요한 도구로 것" 기대감
삼성전자 시총이 삼성SDS 10배면 주총 없이도 합병 가능
"외국인 등 반대 생각하면 삼성전자 주가 상승 중요&quo...
  • 등록 2015-07-22 오전 9:13:33

    수정 2015-07-22 오후 2:39:4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에 시장의 관심은 삼성의 다음 행보로 모아진다. ‘이재용 체제’의 지배구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대 관심사는 삼성그룹의 본체인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어떻게 더 확보하느냐 하는 점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쳐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 견고해졌지만, 통합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여전히 4.06%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그친다.

삼성전자는 삼성의 핵심이다. 삼성전자를 확고히 지배하지 않고서는 삼성을 지배할 수 없다. 결국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앞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자료=KDB대우증권)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이다.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리하고 분리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SDS가 합병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결합이라는 큰 줄기는 같다.

이 시나리오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부회장과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은 통합 삼성물산이 유독 삼성SDS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은 4.1%에 불과하지만, 삼성SDS 보유 지분은 17.08%에 달한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도 19.06%다.

만약 삼성전자와 삼성SDS를 합칠 경우 지주회사격인 통합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이 늘어날 수 있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지게 된다는 뜻이다. 양형모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너 일가의 지분이 집중되어 있는 삼성SDS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도구”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삼성SDS(018260)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21일 삼성SDS의 주가는 지난 9일과 비교해 17% 이상 상승했다. 삼성SDS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지만, 시장은 합병 기대를 주가에 투영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처럼 삼성전자의 주가가 낮고 삼성SDS의 주가가 높을수록 합쳤을 때 이 부회장의 지분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과 삼성 입장에서는 삼성SDS의 주가 상승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현재 상법상 두 회사의 합병를 결정할 때 존속법인이 발행하는 신주가 발행주식의 10%가 넘지 않으면 주주총회가 아니라 이사회 승인만으로 합병 결의가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22조9000억원으로 삼성전자(005930)(186조1000억원)의 12% 수준이다. 만약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앞으로로 높게 형성돼 삼성SDS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10%를 넘지 않는다면, 주주총회 없이도 삼성전자가 삼성SDS를 흡수합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은 삼성 입장에서는 또다시 주주총회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 소액 주주들의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외국인 주주의 눈치를 봐야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주주총회를 거치더라도 삼성SDS의 합병을 관철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삼성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처럼 또다시 합병 비율이 논란이 되는 건 매우 부담스런 일이다. 지난 17일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한 소액주주는 “애국심으로 찍어주려고 한다. 그런데 다음부터는 이런 합병 비율로 하면 안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결국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금보다 상승하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삼성SDS보다 10배 이상의 수준이 유지되는 게 이 부회장과 삼성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번 합병 시도로 상처를 입은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실적으로 리더십을 입증한다는 명분에도 부합한다.

양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오너 입장에서는 삼성SDS의 주가가 상승하는 게 삼성전자와 합쳤을 때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승인만으로 합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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