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생명환경농업` 현장을 가다

경남고성 생명환경농업..`저비용 다수확`
친환경 넘어 토착미생물 활용 자연농법
생명환경축산으로 `버전업`.."전국 확대"
불가능 가능으로 바꾼 통영 참치양식도
  • 등록 2009-09-14 오전 11:20:26

    수정 2009-09-14 오후 4:58:02

[경남 고성·통영=이데일리 박기용기자] 지방도로를 차로 달리다보면 으레 맡게 마련인 소나 돼지의 분뇨 냄새가 일체 없었다. 오히려 땀에 절은 주위 사람들의 체취가 더 강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지난 1월27일 시범축사 설치 후 단 한번도 분뇨를 치운 적이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 돈사 바닥의 흙 냄새를 맡고 있는 이학렬 고성군수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위해 하루에 한두 번 물을 뿌려주는 정도입니다. 분뇨는 3~4시간 뒤면 모두 분해되죠. 6개월 주기로 한 번씩 분뇨를 분해하는 토착미생물을 공급해주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지난 11일 경남 고성군 농업기술센터의 시범축사를 둘러보며 어리둥절해하는 기자들에게 이학렬 고성군수는 이같이 설명했다.

경남 고성군의 생명환경농업으로 사육중인 소, 돼지, 닭들은 가축 분뇨로 인한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바닥이 콘크리트로 덮인 다른 축사와 달리 7~100cm 깊이의 흙 바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미생물에 의한 발효로 인해 누룩 냄새가 나는 것 말고는 양돈 농가 특유의 분뇨 냄새는 전혀 맡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 생명환경농업으로 만들어진 토착미생물은 가축의 분뇨를 분해해 악취를 없애고 각종 질병을 방지한다. 분뇨로 인한 질병이 없다보니 항생제가 첨가된 사료를 먹이지 않아도 되고, 농민이 직접 재배해 토착미생물로 발효시킨 천연사료를 사용하다보니 사료비도 절감된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농민이 직접 천연농약과 천연비료를 만들어 사용하는 고성군의 생명환경농업은 이렇게 `생명환경축산`으로 `버전 업`돼 있었다.

이 군수는 "기존의 친환경농업이 고비용 저수확 구조인데다 정부의존형이라면 생명환경농업은 저비용 다수확 구조이면서 농가자립형이란 장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친환경` 넘은 토착미생물 활용 자연농법

고성군은 이 군수를 중심으로 지난해 초부터 생명환경농업을 군 차원에서 추진해왔다. 경남 고성과 통영을 돌며 생명환경농업 현장과 참다랑어양식장 등을 방문하는 농림수산식품부 출입기자단이 이 곳을 찾았을 땐 이미 5000명 가량의 `전수자`들이 다녀간 뒤였다.

이 군수는 "생명환경농법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기존의 관행농법에 비해 비용은 60%가 절감된 반면 수확량은 6%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손도 덜 가고, 요령만 익히면 친환경농업 처럼 행정관청에 의지하지 않고도 농민이 독자적으로 농사를 영위할 수 있다. 관행농업에 비해 더 자연상태에 가까운 벼로 기르다보니 뿌리도 튼튼하고 알곡도 훨씬 많이 열린다. 병해충에 잘 견디는 것은 물론이요, 벼가 부채꼴 모양으로 뻗어자라니 태풍이 와도 쓰러질 걱정이 없다. 농법의 핵심이랄 수 있는 토착미생물을 만드는 방법은 난이도가 "김치 담그는 정도"에 불과하다. 대체 왜 이런 획기적인 방법이 그동안 전파되지 않았을까.

▲ 토착미생물 발효과정
"그래서 이 군수가 대단하단 겁니다. 이런 식의 친환경 자연농법은 알게 모르게 많이들 하고 있어요. 헌데 개인적으로 해선 안 되고 그 지역 일대가 다 같이 이 농법을 써야 합니다. 그러자면 행정관청의 도움이 필요한데 공무원들이 웬만해선 책임지려 들지 않죠. 이 군수는 그걸 한 겁니다" 동행한 신현관 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의 말이다.

시범축사를 둘러본 뒤 토착미생물을 만드는 교육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부패한 음식 쓰레기에서 흔히 나는 냄새다. 작은 국기함 모양의 나무상자에 허연색 곰팡이가 슨 밥이 잔뜩 들어차 있다.

허재용 고성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일주일 후 균사가 생기면 흑설탕을 넣어 조청상태로 만들어 쌀겨로 발효시킨 뒤 흙이랑 섞어 놓으면 미생물이 단시간에 급속도로 번식한다"면서 "2리터 정도의 양으로도 3만평 규모의 논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교육장엔 생명환경농법에 쓰이는 각종 자재들이 고택의 장독대들마냥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한방영양제와 천혜녹즙, 생선아미노산 등 모두 토착미생물과 함께 논에 뿌려지는 것들이다. 농민들은 이를 각자 만들기도 하고 모여서 같이 작업하기도 한다. 농약을 피한 벼가 병해충에 견디게 하기 위해 먹이는 보약인 셈이다.

◇ 생명환경축산으로 `버전업`.."전국 확대"

농업기술센터 인근의 논까지 둘러본 뒤 기자단은 고성 농민 26개 농가가 모여 생명환경농업 단지를 조성한 인근의 `유흥단지`로 향했다. 고성군은 올초부터 지역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실습, 간담회 등을 통해 이곳 유흥단지를 조성했다. 15헥타르(ha) 면적에 59필지로, 농가당 재배면적은 0.57ha 가량이다.

40여년째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강극 유흥단지 대표는 "처음엔 우리들중 99%가 안 믿었다"면서 "여전히 농약을 쓰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에 몰래 뿌리려는 사람들이 있어 감시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허영촌 유흥단지 총무, 강극 유흥단지 대표, 이학렬 고성군수
생명환경농업에 있어 농약은 치명적이다. 잡초만이 아니라 논에 살고 있는 토착미생물을 죽게 해 이를 먹이로 하는 지렁이나 두더쥐 같은 각종 작은 동물들이 떠나게 만든다. 결국 벼가 건강하게 자랄 수 없는 땅이 돼 버린다. 때문에 생명환경농업은 주변 농지를 한 데 묶어 대단위 단지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국 관청이나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생각도 그렇다. 농식품부는 올해 고성의 생명환경농업이 정착되는 것을 보아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될 수 있도록 홍보와 교육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장 장관은 이날 저녁 현장방문 기자단과의 만찬 자리에서 "지난해 가을 (생명환경농법의 창시자인) 조한규 자연농업연구원 원장을 만나 꽂힌 게 미생물 세계였다"면서 "새로운 세계가 있다고 느꼈으며, (앞으로 설립될) 광주 김치연구소도 (기능의) 절반은 미생물 연구를 담당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년간 생명환경농업 보급을 위해 노력한 조 원장이 이학렬 고성군수를 만난 것은 좋은 인연"이라면서 "고성군이 올해도 잘 되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교육, 홍보를 통해 (생명환경농업을) 전국적으로 밑어붙여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성군은 우리나라 전체 논 100만ha를 생명환경농업으로 전환하는 경우 연간 1조원 가량의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불가능 가능으로 바꾼 통영 참치양식

이튿날인 12일 아침 농업현장방문 취재 기자단은 통영 앞 바다 욕지도의 참다랑어 양식장을 둘러보기 위해 현지 어업지도선에 올랐다. 무려 1시간을 배를 타고 들어간 욕지도에선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참다랑어 양식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경 30m 크기의 원형 가두리 시설이 4~5개씩 묶음을 이뤄 욕지도 앞바다에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다. 자연산 치어를 체포해 연령 별로 구분해 양식하는 방식으로, 기자단이 찾은 가두리 원 안엔 내년에 알을 낳게 되는 거대한 3년산 성어들이 무리지어 활개치고 있었다.

▲ 통영 앞 바다 욕지도의 참다랑어 양식장
통영시 어업진흥과 관계자는 "평균체중이 40Kg인 2007년산 참다랑어 11마리를 양식 중"이라면서 "내년쯤 알을 낳게되면 완전양식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다랑어는 동남아에서 산란해 태평양을 건너가 북아메리카 인근 해역에서 소년기를 보낸 뒤 다시 동남아로 돌아오는 습성 탓에 양식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세계에서 소비되는 다랑어 200만톤 중 1%인 4만톤만 양식되고 있다. 자원량 감소로 인해 국제적으로 어획 규제가 이뤄지고 있어 다랑어 양식은 고부가 양식업으로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참다랑어 완전양식을 성공한 나라는 일본 뿐이다.

참다랑어 양식장까지 둘러본 현장방문 기자단은 12일 오후 귀경버스에 몸을 실었다. 생명환경농업으로 지어낸 쌀밥과 양식으로 얻은 참치 반찬이 언제쯤 우리 밥상에 오를지 알 수 없지만, 우리 농수산업의 고부가가치 산업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인 `녹색성장`이 꼭 첨단산업의 언저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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