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는 조모(53)씨는 15일 오전 아파트 베란다에 태극기를 내걸었다. 이날 조씨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299세대 중 태극기를 게양한 가구는 단 3곳뿐이었다. 이 모습을 본 조씨는 “어릴 때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엔 개인주의가 강해져서 국기를 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시민단체 때문에 어린 친구들은 태극기에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는 것 같은데 올바른 역사인식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오늘 같은 날은 챙기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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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당일 태극기가 보이지 않는 곳은 조씨의 동네만이 아니었다. 이날 오전 9시쯤 성북구 돈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 6개 동에서 태극기가 걸린 집은 두 곳뿐이었다. 인근 아파트 4개 동에서도 두 가구만 태극기를 집밖에 매달았다.
이같은 변화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리서치가 2022년 8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성인남녀 1000명에게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53%)은 국경일이나 주요 기념일에 태극기를 달지 않는다고 답했다.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는 경향은 연령이 낮을수록 두드러졌다. 18~29세는 70%, 30대는 65%가 태극기를 달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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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정부는 국민이 손쉽게 태극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편의점과 은행, 대형마트 등에 상설 국기 판매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국기꽂이가 없는 집은 창문과 현관문에 ‘붙이는 태극기’, 차량용 태극기 등 다양한 형태로 국기를 다는 것이 가능한 점을 안내해 국기 게양을 권고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에 사는 양기복(38)씨는 “주민센터나 아파트 단지에서 태극기를 나눠주면 더 달지 않겠느냐”며 “태극기를 더 자주 접하게 되면 자녀가 있는 집에선 부모가 역사를 한 번이라도 더 설명할 테니 교육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