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창립기념일이라서, 쉬는 날이라 공부 좀 하러 왔습니다.”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인텔 AI 서밋’ 행사장에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이 얼굴을 비췄습니다. 행사 시간은 10시부터였는데, 미리 와서 김정호 KAIST 교수,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이사 등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IITP는 국내 ICT 연구개발(R&D) 대표 기관입니다. 올해 총 1조 323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게 되었습니다. 홍 원장은 “끝까지 듣고 싶지만, 오후에 약속이 있다”며 “녹화해서 같이 못 온 임직원들과 (AI반도체에 대한) 강연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오고 싶었는데, 휴무일이어서 같이 가자고 하기에는 눈치가 보였다고 합니다.
홍 원장의 행사 참석은 귀빈으로 온 것이 아니라서 뒤 쪽 청중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가 연락도 없이 찾아오자, 인텔코리아 임원들도 반가우면서도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홍 원장의 방문은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바로 전날 서울시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IITP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 홍 원장은 “1%의 응축된 혁신이 디지털 경쟁을 주도한다”면서, 올해 집중할 분야로 AI와 AI반도체를 꼽았기 때문입니다.
홍진배 원장은 “인텔의 하드웨어에 한국의 소프트웨어(SW) 기술력을 합치자”라는 인텔코리아 임원의 제안에 “AI반도체에서 하드웨어(칩)와 SW 모두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할 국내 반도체 회사들을 고려한 걸까요? 실제로 인텔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독립을 선언해 삼성전자와 경쟁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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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행사장에 축사가 아니라 공부하러 온 공무원이나 산하기관장을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날 ‘인텔 AI 서밋’ 오전 세션에는 권명숙 사장, 저스틴 호타드 인텔 수석 부사장,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뿐 아니라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장(부사장)의 강연도 있었고, 행사장에는 인텔 솔루션을 활용한 삼성헬스, 업스테이지 등의 전시도 있었습니다. 아마 홍진배 원장도 뜨거운 열기를 짐작했을 것 같습니다. 인텔코리아에서는 직접 IITP를 방문해 자사 제품과 기술력을 소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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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난 젠슨 황 CEO는 ‘삼성전자도 HBM 파트너인가’라는 질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곳 모두 HBM을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도 그들이(삼성전자, 마이크론) 최대한 빨리 테스트를 통과해 우리의 AI 반도체 공정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메인 뉴스를 장식한 것은 대만 기업들이었습니다.
거대언어모델(LLM)에 필요한 AI 모델의 크기가 커지면서 고성능 AI 칩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저전력 기술과 가성비를 고려한 AI 칩 생태계는 국가적인 AI 경쟁력을 좌우할 상황입니다.
김정호 KAIST 교수는 대학들이 엔비디아 칩의 높은 가격 때문에 AI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AI 경쟁이 하드웨어 패권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AI 반도체 글로벌 생태계에 올라타고 자주적인 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최대 ICT R&D 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의 기업 현장 방문 스터디는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