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에서]이제는 돌아와 文 앞에 선..

  • 등록 2019-07-28 오후 5:00:00

    수정 2019-07-28 오후 5: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2016년 1월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엄혹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직함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지만 시한부나 다름 없었다. 당 안팎에서 퇴진 요구가 거셌다.

또다른 직함이 있었다. 인재영입위원장이었다. 문 대통령이 당대표를 내려놓기 전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자리다. 매일 같이 영입인사를 발표하며 20호 인사를 채웠고 이 중 절반인 10명이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2015년 12월2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문재인 대통령 블로그)
당대표를 물러나며 비대위 대표는 김종인 전 대표에게 넘겼지만 인재영입위원장 만큼은 ‘친문’ 성향이 강했던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에게 맡겼다. 그만큼 인재에 대한 욕심이 컸다.

2016년 1월이 문 대통령에게 엄혹했던 이유는 그래서였다. 자신의 거취 문제도 있었지만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노영민 당시 의원이 ‘시집강매’ 비위로 정치적 실형을 받았다. 총선이 불과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 즈음 국회 정론관에는 연일 민주당을 탈당하겠다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회의원들의 탈당은 당연했고 시·도의원의 탈당까지도 굳이 정론관을 찾아 알렸다. 이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마이크를 쥘 권한이 없었다. 현역 의원이 이들을 정론관에 끌고 왔다. 문재인 ‘당대표’ 지도력에 흠집을 내기 위한 시도였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 의원의 시집강매 건은 문 대통령에게도 분명 타격이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당내 반문 세력에게도 호재였다. 총선을 서너달 앞두고 당내 계파 싸움이 최절정이던 시기다.

문 대통령의 선택은 ‘엄정 감사’였다. 2015년 12월1일 노 의원의 비위가 알려지고 이튿날에 문 대통령은 “노영민 의원 건에 대해 엄정하게 감사할 것”을 당무감사원에 지시했다.

3선 의원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자리까지 맡고 있었고, 자리가 위태로웠지만 당대표의 최측근이던 노 의원이었다. 정치적 중량감이 무거웠다. 문 대통령을 비호할 수 있는 당내 유력인사기도 했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 당무감사원도 일사천리였다. 문제가 발생한 지 일주일만에 당 윤리심판원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최근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김조원 신임 수석이 당시 당무감사원장으로 내린 결단이었다.

김조원 원장을 임명한 것 역시 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최측근 인사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댈 것을 주문했고 이에 김 원장도 호응하듯 중징계를 촉구했다.

계파 싸움 속에 2015년 9월부터 업무를 거부했던 당 윤리심판원이 노 의원에게 당원자격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릴 수 있던 원천이었다. 노 의원은 당의 결정을 받아들여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 한동안 야인으로 지냈다.

당대표로서는 엄정 감사를 주문했던 문 대통령이었지만 노 의원의 총선 출마 금지에 누구보다 아쉬웠던 것도 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노 의원의 총선 출마 금지가 확정되고 먹먹하게 “안타깝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당대표를 내려놓기 하루 전, ‘인간’ 문재인으로서의 소회였을 것이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6일 춘추관에서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을 소개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리고 3년반이 지난 2019년 7월26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춘추관에서 김 수석을 소개하면서 “우리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이라고 친근함을 드러냈다. 소개를 받은 김 수석은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하는지 방금 곰곰히 생각을 했는데 뭐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며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또 대한민국 대통령의 비서로서 법규에 따라 맡겨진 소임을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다소 심심한 각오를 전했다.

그러나 김 수석에게 그 무엇보다 강한 진심이 느껴지는 건, ‘심심한 각오’가 아닌 문 대통령과 노 실장, 그리고 김 수석이 2016년 1월 직접 보여줬던 단호한 행동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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