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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구제책 언급한 날 연세대 “비교과 축소”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3 구제책을 가장 먼저 내놓은 대학은 연세대다. 연대는 지난 9일 “2021학년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수상경력·창의적체험·봉사활동 실적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언론 브리핑에서 “고3이 불리하지 않도록 대학별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내놓은 것이라 `교육부 눈치 보기`란 비판을 받았다.
서울대는 지난 12일 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를 골자로 한 고3 구제책을 내놨다. 학종으로 뽑는 수시 지역균형선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종전 `3개 영역 2등급 이내`에서 `3등급 이내`로 바꾼 것. 지금까지는 국어·수학·영어·탐구 중 3개 영역이 2등급 이내에 포함돼야 합격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이를 3등급으로 낮췄다. 고려대도 대입에서의 면접평가를 비대면 녹화면접으로 진행하고 비교과활동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정성 평가한다고 밝혔다. 중앙대는 수시 학종 비교과 봉사실적 기준을 종전 25시간에서 20시간으로 축소키로 했다.
오는 9월23일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주요 대학들이 잇따라 고3 구제책을 내놓자 학생·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김모(47)씨는 “6월 모의평가 뒤에는 학생부 비교과(자율·동아리·진로·봉사활동 등)에 주력하려고 했는데 비교과 반영을 축소한다니 그러면 이를 하지 않아도 되느냐”고 되물었다.
이러한 혼란은 대입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교육부도 2개월 전까지는 “올해 고3 불이익을 인위적으로 보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고3 수험생에 대한 평가는 대학에 맡긴다는 게 기본 입장이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정부의 대입개편안은 적어도 시행 4년 전에, 대학별 입학전형 시행계획은 1년 10개월 전에 확정·공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고3 재학생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하겠다”고 약속한 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유 부총리는 연세대가 전형 변경 안을 발표한 9일 오전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고3 학생부 비교과 활동의 불리한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다음 달까지 관련 대책이 발표돼야 한다”고 했다.
“대학에 맡겼어야…앞으로가 더 문제”
문제는 앞으로 어떤 대학이 어떤 변경안을 발표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1년 10개월 전에 발표된 대학별 전형계획에 따라 착실히 준비해 온 수험생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종에서 충분히 정상 참작을 할 수 있기에 대학에 평가를 맡겼어야 했다”며 “앞으로 어떤 대학이 어떻게 대입전형을 바꿀 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더 문제”라고 했다.
대입 안정성을 훼손하는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도 문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코로나 여파로 1학기 비교과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고1·2학년도 마찬가지”라며 “올해 고3을 배려한 구제책을 내놨기에 2022·2023학년도 대입전형도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수험생들은 앞으로 대학별 전형계획이 어떻게 바뀔 지까지 예측해 대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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