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發 위기론 증폭..과장된 위기? 진짜 위기?

엔저에 일본 바이어 발길 뚝 끊겨..내수 시장으로 눈 돌린 中企
日 자동차 외 수출단가 인하 거의 안 해
글로벌 밸류체인..엔저 위기론 막아줄 수도
  • 등록 2014-10-05 오후 5:35:47

    수정 2014-10-05 오후 5:35:4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주로 일본에 가방을 수출하던 A업체는 지난해부턴 국내 내수시장으로 등을 돌렸다. 아베노믹스 이후 엔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본 바이어들의 발길이 줄어들더니 올 하반기부턴 아예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일본 바이어들이) 가격이 비싸니까 오질 않는다”며 “2000년대부턴 계속 수출만 해왔는데 엔저로 이젠 내수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가치가 뚝 떨어지면서 일본제품과 경합하는 중소업체들의 타격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엔화 가치는 더욱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엔저 공포감’은 배가 되고 있다. 일본 수출업체들이 자동차뿐 아니라 다른 업종까지 수출단가를 끌어내리게 되면 국내 수출업체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달러-엔 130엔까지 오른다?..공포심 더 커져

지난 1일 달러-엔 환율이 110엔을 돌파하며 엔저 공포감은 더 커졌다. 2008년 8월 이후 6년 2개월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일부에선 130엔까지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원-엔 환율도 800원(100엔당)까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과장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해외투자은행(IB)들의 1년 후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평균한 결과 112엔으로 조사됐다. 이상원 국금센터 연구원은 “환율을 국채 장기물 투자 수익률로 판단한다면 미 국채금리(10년물)가 최근 2.6%에서 2.3%로 떨어졌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빌려 금리 높은 국가에 투자)가 나타나면서 엔화가 추가 약세로 갈 동력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유로존, 중국 등의 세계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홍콩 민주화 시위 등 대외 불안이 커질 경우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엔저하락세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우려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자료: 국회 입법조사처, 일본 재무성 자료(엔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표시를 조정한 후 엔화와 달러화 수출 단가를 지수화시킴.
日, 수출단가보다 R&D투자에 집중..車는 낮춰

일본 수출업체들은 자동차를 제외하곤 엔저를 활용해 수출단가를 떨어뜨리고 있진 않다. 실제로 입법조사처가 일본 재무성 자료를 활용해 달러화 기준 수출단가지수를 만든 결과 아베노믹스가 시작됐던 2012년 10월 전후로 수출단가를 한 번 인하했지만 그 이후엔 가격을 거의 떨어뜨리지 않았다. 2010년 12월 수출단가지수를 100으로 산정한 후 추정한 결과 2012년 9월 110.0으로 올라섰다 8개월 연속 하락하더니 지난해 5월 96.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그 뒤론 별 변화가 없었다. 올 7월 96.8을 기록했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출단가를 내려 시장을 확대하려고 하는데 일본은 장기 지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단가를 인하하기 보다 (남은 이익으로) R&D쪽에 투자를 늘리려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특성으로 제3국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국내 수출품목엔 엔저 여파가 제한될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업종별로 희비가 갈리기도 한다. 주로 해외생산이 이뤄지는 전기전자 업종은 가격 하락 유인이 없고, 기술 경쟁력이 높은 소재·부품 역시 값을 깎을 이유가 없단 분석이다. 문제는 자동차 업종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올 2분기(4∼6월) 글로벌 완성차 기업 중 영업이익률 1위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는 2위로 밀려났다. 러시아 중고차 시장에선 가격이 싸진 일본에 밀려 국내 중고차 수출이 급감하기도 했다.

글로벌 밸류체인, 환율 효과 떨어뜨려..문제는 中企

자동차 업종에 타격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에선 글로벌 밸류체인(생산공정의 글로벌화)의 확대로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훨씬 감소했단 분석이 나온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과거엔 한 나라에서 모든 것을 만들었는데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경쟁력 있는 부분만 만들고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른 나라에서 만든다”며 “환율 영향이 줄어든 이유”라고 말했다. 자동차 역시 수출품목의 60% 가량을 해외에서 생산한다.

물론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국내로 들여올 경우 원화 환산액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지만, 해외에서 생산한 후 직접 판매한후 재투자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이익을 다시 국내로 가져올 유인도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엔저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의 부정적인 측면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의 긍정적인 측면을 활용키로 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글로벌 밸류체인과는 관계없이 일본에 직접 수출하는 중소기업은 엔저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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