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일요일에 당정청 회의가 열릴 만큼 현 고용 상황은 심각하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7월 취업자 수(2708만3000명)가 1년 전보다 5000명 증가한 데 그친 것은 2010년 1월(1만명 감소) 이후 8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 2월 이후 취업자 수가 10만명대 전후 증가에 그친 게 ‘위기’였다면 7월 성적표는 금융위기 수준의 ‘재앙’에 가깝다. 실제 6개월 연속 취업자 수 증가가 20만명을 밑돈 건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9월부터 2010년 2월(18개월)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제조업 구조조정 여파 임시·일용직 ‘도미노 붕괴’
이번 ‘고용 쇼크’의 주 원인으로는 제조업 구조조정이 꼽힌다. 현 정부 들어 본격화한 조선·자동차업계 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고용 악화가 본격화하면서 타 업종으로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업종별 취업자 수를 보면 제조업(448만4000명)은 1년 전보다 12만7000명 줄어들며 이번 고용 쇼크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올 4월부터 매달 전년대비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현 정부는 지금껏 금융 지원으로 틀어막아 온 성동조선과 SPP조선을 정리하는 등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전격 단행했다. 자동차업계도 수출 부진 속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건설업도 더 이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주택 공급을 나섰고 그 결과 최근 건설 부문 민간·공공 투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정부도 올해 토목 부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 결과 건설업 고용자 수 증가는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 연속 전년대비 10만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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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수준 그친 두 차례 추경…방향 전환 지적도
정부는 내년도 20조원 이상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해 ‘고용 쇼크’를 완화할 계획이다. 연내 2차 추경 시행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두 차례의 추경을 포함해 58조원의 재원을 쏟아부었음에도 ‘고용 쇼크’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의 방향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도 최근 부랴부랴 생활·지역밀착형이라는 전제로 SOC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실업보험 급여율과 수급 기간을 늘리는 등 사회안전망 강화에 나섰으나 한 박자 느린 대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하준경 교수는 “현 정부 대책을 보면 ‘진통제 처방’ 같은 느낌”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속도를 늦추고 충격을 줄일 필요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더 나은 창업이나 전직 같은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어디에 써야 할지 잘 모른 채 옛날 방식으로 돈을 쓰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직업훈련을 비롯한 고용 안전장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하는 등 지속 가능한 작업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이제부터라도 기업 기 살리기나 규제 완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고용 악화는 고용 안정성이 위협받는다는 방증”이라며 “규제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을 더 유연하게 해야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생기고 잃어버린 경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과 기업인이 싸울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실어주는 일”이라며 “기업의 기를 살리면 투자와 고용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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