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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알록달록한 네모 세모 사다리꼴 상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상자는 건물이고 또 집이다. 큰 덩어리를 이룬 형상은 그렇게 건물과 집들이 모여 이룬 마을이다. 물론 실존하는 곳은 아니다. 더 엄밀히 말하면 모형이다. 보통의 마을개념을 벗어난 특징이 있다면 차곡차곡 쌓인 건물과 집이 모두 하늘을 향해 포개져 있다는 거다. 이미 4m에 달하는 거대한 높이지만 실제 크기의 1/15로 축소된 형태다.
거칠게 얹힌 상자들은 마치 울퉁불퉁한 블록쌓기라도 해놓은 듯하다. 위층 블록과 아래층 블록을 연결하는 건 드문드문 걸린 긴 사다리일 뿐. 층의 개념이 무색하게 앞마당엔 나무도 심겨 있다. 그러나 모형은 탄탄하다. 무질서한 듯 하지만 체계가 제대로 잡힌 이곳, `버티컬 빌리지(The Vertical Village)`다.
1993년 위니 마스, 야콥 판 레이스, 나탈리 드 프리스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립한 MVRDV는 실험적인 행태주의를 지향하는 건축물을 세상에 선뵈며 일약 세계적인 건축가그룹 반열에 올라섰다. 서랍을 빼놓은 듯 허공에 튀어나온 암스테르담의 `보조코(WoZoCo) 아파트`는 2010년 타임 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불가사의 건축물`로 뽑히기도 했다. 국내에선 이름보다 건축물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주상복합아파트인 `더 클라우드 빌딩`을 MVRDV가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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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컬 빌리지`는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 내부와 앞마당에 펼쳐놨다. 뾰족지붕 파란집, 하얀색 땅콩집, 십자모양 녹색집, 노란색 구름모양집 등등. 제한된 공간에 어지럽게 흩어진 원색의 조형물이 한가득이다. 온전히 다양성으로 세운 수직마을이다. 갈수록 빽빽해지는 도시설계를 뒤집어버리는, 자유와 정체성을 심은 도시철학이 촘촘히 엮여 있다. 10월7일까지. 02-379-3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