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선동' 귀닫은 트럼프 "당선되면 고양이 먹는 아이티인 추방"

"스프링필드시서 아이티인 때문에 난장판"
LA 집회서 "美 소녀들, 이민자에게 강간·살해 당해"
스프링필드시장 "증오 아니라 도움 필요"
아이티 출신 이민자, 지역사회 '긴장'
  • 등록 2024-09-14 오후 3:34:54

    수정 2024-09-14 오후 3:44:45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당선되면 “스프링필드시에서 아이티인들을 대거 추방하겠다”고 말했다고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 공화당원을 위한 공식 엑스 계정에 올라간 게시글.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함께 “오하이오에서 우리의 오리와 새끼 고양이를 지켜라”라는 메시지가 있다. (사진=엑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로스앤젤레스 인근 골프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이티인 추방을 약속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그는 지난 10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처음 맞붙은 TV 토론에서 “이민자들이 주민들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고 주장했다. 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언급한 것이었다. 이후 아이티 출신 미국인들이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열린 선거 집회에서도 “저는 아이티 불법 이민자들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를 점령하는 것에 화가 난다. 그 난장판이 보이지 않느냐”면서 이민자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을 이어갔다.

아울러 그는 연설 후반부에서도 근거 없는 주장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미국 어린 소녀들이 매우 쉽게, 그러나 매우 불법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야만적인 범죄 외국인들에게 강간당하고 살해당하는 것에 화가 났다”고 주장했다.

미국 전역의 아이티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지역 사회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롭 루 스프링필드의 시장도 ABC 뉴스에 “우리는 증오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오 선동 발언을 비판했다.

스프링필드시 당국은 가정에서 동물을 잡아먹었다는 믿을 만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카렌 그레이브스 스프링필드시 대변인은 “최근 아이티 주민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재산 절도와 같은 ‘기회 범죄’의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트럼프가 하고 있는 일은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흑인들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해 개최한 행사인 ‘블랙 엑설런스 오찬’ 연설에서 “자랑스러운 아이티계 미국인들이 미국에서 공격받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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