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시스템 공천이요? 당 지도부가 입맛에 맞는 인물을 세우기 위해 만든 기준이라 정무적 판단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공천 문제로 정치권에서 온갖 잡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여야가 철저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한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경선을 통과한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우선 1차적으론 당의 책임이다. 과거 부적절한 언행과 도덕·사법적인 문제를 사전에 시스템으로 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후 수습 과정이다. 이미 당원·일반 국민의 선택을 받은 본선행이 확정된 후보가 탈락했기 때문에 더욱 예민할 수 있다. 하지만 각 당의 대응 방안은 안이하다 못해 몰염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어떤 경기에서도 승부가 났는데 1등이 문제가 됐다고 차점자가 우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막말 논란으로 정봉주 후보가 탈락한 서울 강북을 지역구에 경선 2등인 현역 박용진 후보가 아닌 제3의 인물을 세우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앞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최종 낙점됐던 손훈모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가 결정되자 결과는 달랐다. 이 지역에 이재명 당대표 특별보좌역을 지냈던 김문수 후보를 경선 차점자라는 이유로 후보자로 확정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공천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돈 봉투 수수 의혹이 불거진 정우택 국회부의장 겸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고 옆 지역구인 충북 청주 청원에 출마했던 서승우 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을 전략 공천했다. 정 부의장과 경선에서 맞붙은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에게는 공천을 주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실 출신의 낙선 후보를 이웃 지역구에서 데리고 왔다는 점에서 윤심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야가 총선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국민 눈높이다. 하지만 공천 검증 작업도, 검증 실패에 따른 후속 조치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하루빨리 공정하고 선명한 공천 기준을 다시 세워야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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