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배임에 승패 갈린다…정영학 녹취파일도 변수

10일 대장동 의혹 첫공판…5인방 첫 법정 조우
대장동 사업 수익구조는 경영상판단? 고의손실?
사업 정당성 직결…피고인들, 녹취록 탄핵 총력
  • 등록 2022-01-09 오후 2:37:15

    수정 2022-01-09 오후 9:47:49

대장동 개발 특혜 핵심 피고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법원의 본격적인 심리가 10일 시작된다. 막대한 민간 개발업자의 배당이익을 ‘배임’으로 볼 수 있을지를 두고 치열한 법적공방이 벌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는 10일 오전 10시부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사건에 대한 심리가 이뤄지는 공판기일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이날 법정에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5인방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가 처음으로 법정에서 조우하게 될 예정이다.

첫 공판에선 검찰과 피고인 측의 명확한 입장차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각 피고인별 공소사실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하게 된다. 검찰은 이날 구체적 범죄사실, 동기, 구체적 공모여부 등에 대해 장시간에 걸쳐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각 피고인들은 변호인을 앞세워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밝히게 된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온 정 회계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공소사실에 대한 반박 의견이 주를 이루게 될 전망이다. 각 변호인별로 상당한 분량의 반박 자료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첫 공판이 장시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전 모의해 수익구조 만들어” vs “부동산 가격 상승 효과”

향후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배임죄 성립 여부다. 법리적으로 배임죄는 임무를 위배해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해 회사 등에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한다. 대법원 판례는 고의성이 입증될 때에 한해 이를 인정하고 있다. 배임죄 인정 여부는 사업 자체의 정당성과 연결되는 만큼 향후 파장이 불가피하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의뜰이란 민관 합작사를 통해 진행됐다. 합작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 + 1주, 민간 컨소시엄이 나머지를 보유했다. 성남시는 제1공단 부지 등을 포함해 개발이익에서 우선적으로 약 5500억원 가져갔다. 나머지 개발이익에 대해선 민간 컨소시엄 몫으로 책정됐고,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화천대유 측은 수천억원을 챙겼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이 공모해 민간업자 측에 유리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이 금품을 대가로 이 같은 사업 구조를 만드는 데 협력한 만큼 고의적으로 손해를 끼친 점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배임액을 최소 1827억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은 “수익구조를 공모한 적이 없으며 막대한 수익은 예상치 못한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부수적 결과물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법정에서 대장동 개발의 수익구조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 검찰의 배임 주장을 반박하겠다는 계산이다.

법조계 “고의적 손실 의사 檢 입증 여부가 핵심”

법조계에선 개발 특혜를 입증할 추가적인 자료를 검찰이 확보했을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배임 유죄 판단을 위해선 ‘경영상 판단’이 아닌 ‘고의적 손실 유발’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며 “검찰이 사업 설계 당시부터 고의적 손해를 공모했다는 주장을 어떻게 입증할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쟁점은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파일의 신빙성 여부다. 해당 녹취파일에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금전 지급 약속, 개발이익 분배계획 등 구체적인 범행 공모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등은 “정 회계사가 녹취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해당 녹취파일이 법정에서 신빙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검찰이 추가 증거 제출을 통해 이를 입증해야 한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이 일부 금전거래 사실이 확인된 만큼 신빙성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일부 금전거래는 대여금이었을 뿐, 뇌물이 아니다”며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 중이다.

녹취파일의 증거능력도 변수다. 변호인단은 지속적으로 녹취파일의 편집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사용을 위한 조건으로 ‘데이터의 변경이 없는 무결성’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법원의 명령으로 녹취파일 원본을 확보한 변호인단은 첫 공판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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