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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김대중-오부치 선언 언급…“한일협력 전진시켜야할 길”
문 대통령은 이날 한일 우호협력 관계의 상징인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꺼내들었다. 이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 추모글을 통해서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님은 한국과 일본이 걸어갈 우호·협력의 길에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며 “1998년 오부치 총리와 함께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명문화했고, 양국 국민이 역사의 교훈을 공유하며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는 약속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를 되새긴다”며 “한일 간 협력의 길은 전진시켜야 할 역사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8년 공동선언을 채택한 날 일본 참의원 본회의장 연설에서 “일본은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한일 협력 관계의 상징인 공동선언을 재차 평가하면서도, 그 전제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일본에 전달한 것이다.
일본은 문 대통령의 이같은 경축사를 일부 긍정 평가하면서도 한국측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는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할 리더십을 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노 외무상은 다만 “외교장관 회담을 비롯해 외교 당국 간 상당히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 앞으로도 확실하게 (접촉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지소미아 연장 결정전 한일 외교장관 회담…“분위기 전환 기회”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이에 앞선 20~22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9차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마주한다.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는 21일 개최될 예정이며 이를 전후해 한일 양자회담도 이뤄질 보인다. 앞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기 직전과 직후 ARF 계기 한일·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마주한 양 장관은 입장차만을 확인한 바 있다.
다만 한일 양측이 확전을 자제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진행되는 이번 회담은 다를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시사해왔지만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기점으로 이같은 기류도 달라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시간이 워낙 촉박해 이번 회담 계기 출구전략 모색까진 쉽지 않겠지만 분위기를 전환해 협력하자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