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들 안주고싶겠나" 이산가족 상봉단, 선물 가득 안고 집결

이산가족 상봉행사 하루 앞두고 속초 집결
北가족 줄 선물한아름…즉석사진촬영도 인기
  • 등록 2018-08-19 오후 4:52:13

    수정 2018-08-19 오후 4:52:13

21차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인 이금섬(92) 할머니가 접수를 하기 위해 등록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공동취재단] “이렇게 만나려고 건강관리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

19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두고 남측 상봉단이 집결한 속초 한화리조트는 들뜬 목소리로 가득찼다. 이날 오전부터 집결지인 한화리조트로 속속 도착한 남측 상봉단은 오후 3시 30분 현재까지 89명 가운데 모두 88명이 집결했다.

이번 상봉에서 북측 며느리와 손녀를 만나는 백민준(92)씨는 가족들을 만날 날만 고대하며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왔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백씨는 “원래는 아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아들은 나보다 먼저 갔다고 한다”며 “그래도 그 소식이라도 들은 게 어딘가 싶고 손주랑 며느리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6·25 전쟁 당시 헤어진 동생은 이미 사망하고 북측 조카들을 만나는 이시득(96)씨는 조카들에게 아버지를 모셔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씨는 “아버지가 106살에 돌아가셨더라”며 “갈 수도 없고 올 수도 없어 아무것도 도와준 게 없는데 조카들이나 동생들이 아버지를 모시느라 수고했다 그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70여년만에 만나는 북측 가족에게 무엇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이산가족들의 마음은 선물가방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북측의 동생을 상봉하는 함성찬(93)씨는 방한복과 운동화부터 사탕이 가득 든 선물 보따리를 4개나 챙겨 집결지에 도착했다. 함씨의 부인인 김형애(75)씨는 “오랜만에 생각지 못하게 만나게 됐는데 뭔들 안 주고 싶겠나”며 “남편이 상봉 선정 소식을 듣고 말도 못하게 좋아했다”고 말했다.

숙소 내에 마련된 즉석사진 촬영 서비스 부스 앞은 북측 가족에게 줄 사진을 찍으려는 이산가족들로 긴 줄을 이루기도 했다. 이날 통일부는 KT와 함께 이산가족들에게 즉석사진을 촬영해 액자로 만들어 제공했다. 일부 가족들은 북측 가족에 나눠줄 사진 뒷편에 가족들의 이름과 관계를 적어넣기도 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두고 이산가족 등록과 방북교육, 의료검진을 마친 상봉단은 20일 오전 고성을 거쳐 금강산으로 이동한다. 이들은 23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11시간만 북측 가족과 상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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