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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지난 7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 ‘피나’ 시사회가 열렸다. 스크린에는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1940∼2009)와 부퍼탈 무용단원들의 춤동작이 3D로 펼쳐졌다. 영화는 예술가의 궤적을 좇는 드라마와는 달랐다. ‘봄의 제전’ ‘카페 뮐러’ 등 피나의 작품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최근 무용·발레·뮤지컬 등 공연예술을 영화에 녹인 다큐가 자주 눈에 띈다. ‘피나’ 외에도 지난해 말 개봉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올해 초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 공연’ ‘모차르트 락 오페라’ 등이 그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클래식음악 쪽에도 있다. 9월에는 영화 ‘다니엘 바렌보임과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개봉할 예정이다.
최대 강점은 대중성이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대신 동네 영화관에서 즐길 수 있는 콘셉트다. 덕분에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 ‘오페라의 유령’과 ‘모차르트 락 오페라’의 관람료는 2만원. 물론 9000원인 일반 영화 관람료에 비해 두 배가 넘지만 십수만원을 호가하는 공연료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또 감독의 편집에 따라 공연이나 작품의 전반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기도 하다. 실제 공연장에서는 알 수 없는 과정 등 숨은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 ‘피나’의 경우 부퍼탈 무용수들이 중간 중간에 등장해 난해한 작품을 설명하거나 과정을 증언한다. ‘다니엘 바렌보임과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의 경우에도 공연만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왜 다니엘 바렌보임이 위험을 무릅쓰고 팔레스타인에서 공연하게 됐는지 그 여정까지 보여준다.
공연예술을 영상으로 재현하는 트렌드는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일부 공연 관계자들은 공연예술시장을 영화계에 빼앗기지 않을까도 우려한다. 하지만 영화 상영 후 현장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관객 또한 적지 않다. ‘피나’ 시사회에 참석한 한 관객은 “피나 바우쉬 생전 공연을 다 놓친 게 아쉬웠다”며 “부퍼탈 공연이라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