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디지털, 순수예술을 품다

서자현 `하말그·하말디` 전
회화·드로잉 등 작업물 위
컴퓨터 기법 다양하게 결합
빛갤러리서 8월18일까지
  • 등록 2012-07-18 오전 10:45:05

    수정 2012-07-18 오전 10:45:05

서자현 ‘별과 함께 행복의 노래를 부르다’(사진=빛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창작 텍스타일`을 공부했다. 일은 패션정보기획회사에서 색채기획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건물외벽을 디자인하고, 근린시설, 병원 등의 색을 만들었다. 이후 갤러리 대표가 됐다. 전시기획과 디렉팅은 기본이고 실생활에 필요한 넥타이, 가디건 등의 소품을 디자인했다. 최근엔 여행가방 디자인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실기만이 아니다. `현대미술의 다층적 평면구조에 대한 이론적 연구`로 따낸 미술학 박사학위도 있다.

어느 한 가지로 똑부러지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섬유예술가 서자현(45)의 이력이다. 패션·섬유·회화 등을 두루 거쳤고 걸맞은 이론까지 갖췄다. 4년 만에 여는 개인전 `하말그·하말디`는 그간의 행보가 충실히 반영된 전시다. 섬유에 사진, 회화까지 결합시킨 작업들이 도드라진다. 하지만 이번엔 한 가지가 더 섞인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다. 그림과 드로잉 위에 다양한 미디어매체를 결합시킨 80여점을 내보인다.

작품들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다층적인 평면구조에 작가가 입체적 시선을 던져 얻어낸 것이다. 다시 말해 여러 다양한 시공간이 적용된 각각의 평면을 중첩시켜 쌓아올린 형태다. 이를 위해 사용한 기법이 `디지로그`다. 순수예술과 디자인 영역을 아우른 이 기법은 현대미술의 차가운 감성에 작가 자신의 따뜻한 감성을 혼합해보자는 거다.

작업과정은 이렇다. 캔버스 위에 목탄 드로잉과 페인팅을 한 후 이미지를 컴퓨터에 옮긴다. 여기에 다양한 디지털 기법을 가미해 아날로그 느낌으로 완성한다. 이들 이미지를 다시 오프라인으로 꺼내 한지·레진·비닐 등 복합재료와 결합시킨다. 이처럼 단순치 않은 단계들을 거치면서 작가가 이뤄내려는 건 결국 `경계가 없는 시공간에 대한 탐구`다.

실험성이 강조된 작업이지만 작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치유다. “그림을 통한 마음의 치유와 사랑의 회복이 감상자들에게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작가의 10번째 개인전이다. 서울 소격동 빛갤러리에서 8월18일까지. 02-720-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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