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란기 펀드전략)⑤신뢰 없으면 흔들린다

가계자산중 금융자산 선진국 대비 아직도 낮은수준
세제혜택등 정부차원의 장기투자 유도정책도 나와야
  • 등록 2008-10-08 오전 11:30:00

    수정 2008-10-08 오전 11:35:10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1가구 1펀드`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한국인의 전체 금융자산 중 펀드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형펀드의 수익률 조정이 깊어지면서 펀드로 자금유입도 이미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투자자들의 자산을 `저축에서 투자로` 옮기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우체국의 펀드판매가 허용되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펀드 시장이 급성장한지 불과 몇년 되지 않는 한국 투자자들은 최근 깊어지는 조정장에서 전전긍긍하고있다. 오랜기간 급락장과 활황장을 겪으며 투자해온 선진국 투자자들의 투자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美, 주가하락 관계없이 일정한 환매율

전 세계 주식시장 동반 하락을 보이고 있고 경기 침체를 보이는 상황에서 펀드, 특히 주식형펀드 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미국의 다우지수는 2월15일 현재 1만2348.21포인트로 전년말 대비 6.9% 하락했고, 영국의 FTSE 100지수는 2월15일 현재 5787.60포인트로 전년말대비 10.4% 떨어졌다.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도 전년말 대비 11.0% 하락했고, 한국의 코스피지수 역시 10.7% 하락폭을 기록했다.

펀드 대량환매(펀드런)는 자산운용사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한국의 경우 2004년부터 적립식펀드 붐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면서 적립식펀드 설정액이 급증했다. 2005년 3월 6조6000억원에 불과하던 적립식펀드 설정액은 2007년 말 현재 5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주식형펀드 설정액 역시 2004년말 8조6600억원에서 2007년말 현재 116조4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훨씬 오랜 펀드 역사를 지닌 `펀드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1986년부터 2007년동안 미국 투자자들은 걸프전과 미국내 저축대부조합 부도사태(1990~1991년)와 멕시코 페소화 위기 및 전 세계 금리인상(1994년), 아시아 외환위기(1997년), 러시아 루블화와 LTCM파산(1998년), IT버블붕괴(2000~2002년), 9.11테러(2002년) 등 주요 주가 하락기를 지내왔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의 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미국 주식형펀드의 환매율은 월별 순자산의 2~3% 수준으로 주가 하락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말 현재 67%를 기록하고 있다. 또, 1990년 이후 가계자산에서 펀드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도 전체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말 현재 46.0%를 기록하고 있고, 이 중 펀드투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주식 직접투자는 감소 추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자를 중심으로 펀드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일본 역시 펀드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체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말 현재 14%를 기록하고 있고, 이중 펀드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주식 등 직접투자 또한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66.8%)과 영국(46.0%), 일본(61.0%) 등에 비해 한국(14%)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전체 가계자산 중 펀드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은 1.4%로 미국(15.5%)과 영국(4.8%), 일본(3.1%)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아래표 참조)
▲ 주요국의 가계금융자산중 펀드투자 비중
자료:자산운용협회
주:(2005년도 가계금융자산비중)*(2007년도 가계금융자산의 펀드투자비중)

특히 2004년 이후 자산운용사가 단기수익(마켓타이밍)을 쫓는 투자자의 펀드가입을 거부하고, 단기투자자는 펀드보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면서 환매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미국 주식형펀드의 월환매율
미국 주식시장의 주요 급락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펀드 월환매율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자료:Strategic Insight Simfund MF, ICI
이처럼 주가 하락시에도 주식형펀드의 환매율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미국 펀드투자자의 대부분이 퇴직연금가입자로 매입단가 평준화효과(코스트 에버리지효과)를 누리기 위해 특히 주식형펀드에 장기투자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일정금액을 장기에 걸쳐 정기적으로 투자해나가는 방법으로 주식매입시기를 분산시키는 우리나라의 적립식투자와 같은 방식이다.

ICI에 따르면 1940~1995년간 미국 펀드투자자들의 4분의 3이 주식시장에 관계없이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형펀드 투자자의 82%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닥친 한해 동안 한번도 펀드를 환매하지 않았고, 퇴직연금이 아닌 다른 경로로 투자한 경우 환매한 투자자의 43%가 주택마련이나 자동차할부, 교육비 등의 용도로 펀드를 환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 위 그래프 참조)

◇ 英, 정부차원의 장기투자 유도 정책

▲ 영국정부는 어린이펀드를 통해 장기투자 유도정책을 펴고있다.
유럽의 펀드 선진국 영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및 `자본시장 발전`을 목표로 저축·투자율 진작에 힘쓰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영국 국민들은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반에 걸쳐 투자를 장려받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은 자연스럽게 장기투자로 이어져 영국의 금융시장 발전과 국민들의 노후 대비 등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년기를 위한 어린이펀드(CTF, Child Trust Fund)와 만 16세 이후 투자자를 위한 개인종합저축·투자계좌(ISA, Individual Savings Accounts), 퇴직 이전인 투자자를 위한 연금(Pension)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어린이펀드의 경우 최초 계좌 개설시 현행 정부 보조금 250파운드(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500파운드) 외에 어린이가 7세가 되는 해 250파운드를 추가로 지원받는다. 부모가 없는 어린이에 대해서는 매년 100파운드 추가 지원된다.

이 어린이펀드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고, 어린이가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이 일년에 100파운드 이상 이자소득이 발생될 경우 부과되는 세금도 면세된다.

ISA는 어린이펀드 만기시 이를 ISA에 편입해 장기투자하도록 유도한다. 또, ISA의 저축계좌 적립액을 투자계좌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고, 투자계좌에 대한 적립한도를 확대했다. 연금제도의 경우 근로자가 급여의 4%를, 고용주는 3%, 정부는 세금공제 형태로 1%를 분담하는 구조의 개인계좌제도(PA, Personal Accounts) 도입이 논의중이다.

이처럼 영국 정부는 어린펀드와 ISA 등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벌이며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어린이펀드를 위한 전담 사무소를 설치하고, 전용홈페이지 및 핫라인 구축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펀드 투자시도 저축계좌보다 투자계좌 가입을 적극 권유하고, ISA의 투자계좌 한도 확대 및 투자계좌로 이전의 편리성 제고 등으로 투자를 권장하는 추세다.

김영민 자산운용협회 조사부 팀장은 "국내에서도 투자는 `무조건 위험하다`는 편견을 해소하고, 특히 장기간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더욱 안전하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역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투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생애 전반에 걸친 투자가 가능한 제도가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우대 및 보조금 지원도 그 중 하나다.

김 팀장은 "세제혜택과 보조금 지원은 궁극적으로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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