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요 부진에 수출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수입은 증가 흐름을 이어가며 두 달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당초 37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한 만큼, 달성엔 큰 무리가 없단 판단이지만 내년까지 경상 흑자폭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10월 상품수지 두 달 만에 적자 전환…“글로벌 경기둔화 여파”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2년 10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10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전년동월대비 8억8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9월(15억8000만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으나, 1년 전과 비교하면 흑자폭이 71억3000만 달러나 축소됐다. 10월 경상 흑자폭 감소 규모는 올해 8월(-104억9000만달러), 9월(-89억2000만달러)과 지난 2011년 5월(-79억달러)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큰 수치다.
올해 경상수지는 지난 4월과 8월 적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흑자 기조를 나타내고 있지만, 그 규모는 점차 줄고 있다. 10월까지 누적 기준 경상흑자 규모도 249억9000만달러로 한은 조사국 연간 전망치인 연 250억달러 흑자 달성엔 무리가 없단 판단이지만, 1년 전 같은 기간 754억2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겨우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10월 수출은 1년 전 대비 33억6000만달러(6.0%) 줄어든 525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승용차(21.9%), 석유제품(7.0%)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 갔으나 글로벌 경기둔화로 철강제품(-12.9%), 화공품(-13.4%), 반도체(-16.4%) 등이 감소했다. 지역별 수출을 봐도 중국(-15.7%), 일본(-13.1%), 동남아(-11.7%)으로의 수출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은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가 모두 늘면서 42억2000만달러(8.5%) 증가한 540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최근 주요국 성장세 둔화와 정보통신(IT) 부문 수요 부진 등에 수출이 줄어든 반면 에너지 수입이 늘어나는 등 수입은 증가세를 이어가 상품수지가 적자 전환한 것”이라면서도 “산술적으로 11월, 12월 경상수지가 균형 수준이라면 연간 전망치는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까스로 유지한 경상 흑자…올 연말, 내년 상반기가 걱정
상품수지 적자 전환에도 10월 경상수지가 간신히 흑자를 낼 수 있던 이유는 서비스수지가 석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선데다 본원소득수지 흑자폭도 확대된 영향이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수지가 해외 현지법인 배당수입 증가에 흑자폭이 10억3000만달러 증가한 15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총 22억6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10억달러 가량 흑자폭을 키운 것이다.
올해 연간 흑자폭 달성엔 무리가 없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글로벌 경기둔화를 넘어 침체 우려도 확대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 부진에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조사국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 당시 올 하반기 경상수지가 2억달러에 불과할 것이라 봤고, 내년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폭을 20억달러로 제시했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폭(248억달러)의 약 12분의 1인 셈이다.
당장 11월과 12월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역적자 폭은 11월 70억1000만달러로 10월(-67억달러)보다 확대된 상태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연속 이어지며 연간 무역수지 누적 적자액이 400억달러를 웃돌 수 있단 예상도 나온다.
정부 역시 10월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내긴 했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향후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 감소가 기대되는 반면 글로벌 경기둔화·국내 물류차질 등 수출 불안요인도 상당해 당분간 월별 경상수지의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