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대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늘리면서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이 크지만, 이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대기업들은 ▲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니라 회계적인 기록일 뿐인데 이를 오해해 돈만 쌓아두고 투자 않았다고 생각하는 오류와 ▲ 애플의 현금성 자산이 삼성그룹의 2배에 이르는 등 글로벌 기업들보다 낮다는 점 ▲ 올 상반기 30대 그룹 투자가 전년대비 14.3% 늘었다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에 불어닥친 친서민 열풍 속에서 규제의 칼이 전면화될 것을 우려하는 대기업들의 하소연인 측면도 있지만, 사내유보금만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잘못된 관행에 일침을 가하려는 목적도 있다.
◇ 사내유보금은 만질 수 있는 현금이 아냐..투자와 무관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이란 당기순이익 중 배당 등으로 사외로 유출되지 않고 사내에 유보된 금액으로, 현금과 그외 자산으로 이미 재투자돼 있다.
| ▲ 홍길동씨의 입사 10년후 대차대조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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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사에 다니는 연봉 1천만원을 받는 길동씨가 10년 동안 돈을 모으고 대출도 1억원 받아 차도 사고 집도 마련했다면 길동씨의 잉여금은 1억원(현금+장기저축+자동차+집-대출)이나 실제 길동씨가 수중에 지닌 돈은 200만원에 불과하다. 잉여금 1억원에 현금 뿐 아니라 장기저축, 자동차, 집 등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김지홍 전 한국회계학회장은 "유보율이 높은 것과 기업의 투자유무는 전혀 무관하며, 기업의 현금성 자산 보유현황을 파악하려면 자산항목의 현금과 유가증권의 비중을 분석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 애플 현금성 자산, 삼성그룹의 2배..경쟁국보다 낮아
전경련은 LG경제연구원 자료를 인용,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비율(8.1%)이 중국(10.9%), 대만(10.7%), 미국(10.1%), 일본(8.5%)에 비해 낮다고도 밝혔다.
특히 애플의 현금성 자산이 삼성그룹 67개 계열사와 해외법인이 가진 현금성 자산의 2배에 이르고, 미국 정부가 가진 현금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애플의 현금성 자산은 760억 달러(약 80조원)인데 반해 삼성 계열사와 해외법인을 합치면 약 40조원, 미국 정부의 가용현금은 77.7조원"이라면서 "애플의 돈이면 노키아, 모토로라, 리서치인모션, HTC 등 삼성 전자를 제외한 세계 휴대폰 업체들을 다 사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MS)의 현금성 자산은 56.3조원, 구글은 41.7조원으로 삼성전자 단독 현금성 자산(19.1조원)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 ▲ 삼성전자와 애플 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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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상반기 30대 그룹 투자 14.3% 늘어
매년 대기업들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는데, 전경련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2009년 투자는 72.1조원, 2010년은 100.4조원으로 올 해 말 114.8조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 상반기 43.8조원했는데, 올 상반기 50.7조원을 투자해 14.3%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배상근 본부장은 "미래경쟁력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의 경우 삼성전자 같은 우리 기업들은 매출의 6%가 넘는 금액을 쏱아붓고 있지만 애플은 지난 해 3%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자국인 한국에 제조기지를 두고 있지만, 애플은 모든 제품 생산을 해외에서 아웃소싱해 미국 내에는 애플 공장이 없는 것도 차이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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