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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숏(Short) 포지션(매도를 통해 수익을 취하는 투자 방식. 매수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는 롱(Long) 포지션)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린 월가의 투자자들을 다뤘습니다. 실존 인물들을 소재로 한데다 유명 배우들이 다수 출연해 화제가 됐습니다.
의사 출신이지만 헤지펀드를 운영하던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는 처음으로 주택 경기의 하강을 예측합니다. 주택담보대출 형태의 모기지 채권이 부실해질 상황에 대비해 증권사들과 채권가격이 떨어질 때 돈을 버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계약을 체결합니다. 채권 등급이 최고 수준인 ‘AAA급’이었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하락에 투자하려는 버리를 비웃었고, 총 13억달러 규모의 계약이 쉽게 이뤄집니다.
버리의 투자 소문을 들은 도이체방크의 트레이더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모기지 채권에 대한 공매도 상품을 개발해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이 이끄는 모건스탠리 산하 펀드팀의 투자를 받습니다. 3000만달러 자금을 운용하는 젊은 펀드매니저 찰리 겔러(존 마가로)와 제이미 쉬플리(핀 위트록)도 은퇴한 트레이더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의 도움을 받아 증권사와 모기치 채권에 대해 공매도 투자를 합니다.
주택시장이 붕괴할 것이라는 내기에 건 이들 3개 팀은 초기 어려움을 겪습니다. 엉터리로 발행한 모기지 채권 부실 전조가 나타나지만 증권사와 한통속인 신용평가사들은 등급을 내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부실 채권을 모은 부채담보부증권(CMO)과 혼합CMO까지 파생상품이 연이어 나오면서 모기지 채권 가격은 떨어질 기미를 안보입니다. 막대한 CDS 보험료를 내야함은 물론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이들의 결정에 이해를 하지 못하며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압박합니다. 이 상태가 조금이라도 지속되면 본인들이 먼저 부도가 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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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제 위기를 이용해 돈을 번다는 이야기는 2018년 하반기 개봉한 ‘국가 부도의 날(이하 국가부도)’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개봉시기를 감안하면 거의 3년 정도 앞섰던 빅쇼트가 벤치마킹의 모델인 셈이네요.
영화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다릅니다. 빅쇼트는 내레이션을 곁들여 금융위기 당시 월가 은행, 증권사, 신용평가사, 펀드매니저들의 분위기와 뒷이야기를 상세히 들려줍니다. 왜 금융상품이 부실하면 돈을 버는지도 설명합니다. 상대적으로 금융용어가 많이 나오는데 마고 로비, 셀레나 고메즈 같은 ‘셀럽’들이 나와서 뜻을 풀어주는 서비스에도 신경을 씁니다. 반대로 국가부도는 전문용어를 최대한 줄이고 굳이 뜻을 풀어주기 위한 연출은 자제했습니다. 국가부도의 악역이 기득권을 가진 정부와 대기업이라면 빅쇼트는 고객을 기만하는 금융기관의 악의적 행태를 비판합니다.
참고로 아담 맥케이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바이스’가 다음달 개봉할 예정입니다. 2000년대 초 미국 부통령에 올랐던 딕 체니의 재임 시절 뒷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답니다. 빅쇼트에서 나타났던 그의 취재력을 보면 이 영화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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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 베팅하는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등을 이용해 다양한 롱·숏 전략을 펼치는 헤지펀드들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많은 기초자산에 대한 CDS 상품이 활성화됐고 주가 하락하면 빌려뒀던 주식을 팔아 차익을남기는 공매도는 기관투자가들에게 흔한 투자 기법이 됐습니다. 공포지수인 변동성지수(VIX) 관련 상품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한 VIX는 증시가 급락하면 지수가 폭등하는데 이를 추종하는 것입니다. 실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됐던 지난 22일 국내 VIX 관련 상장지수채권(ETN)들이 10% 안팎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경기 침체에 대비한 효과적인 투자 방법일 수도 있지만 다른 대부분이 돈을 잃는 상태에서 혼자만 이득을 거두는 것이라 고민은 있습니다. 영화 속 바움은 자신들의 투자가 성공할 경우 월가는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칠 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뇌에 빠지기도 합니다. 벤은 붕괴가 현실화되면서 다른 인물들이 큰 돈을 벌었다고 기뻐하며 춤을 추자 제지합니다. “우리가 옳으면 사람들은 집과 은퇴자금, 연금까지 잃는다. 돈을 벌었다고 내 앞에서 춤추지 말라”면서요. 국가부도에서 유아인이 돈을 벌었다고 기뻐한 류덕환을 왜 때렸는지 이해를 가게 하는 대목입니다.
변동 장세에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기법은 늘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에게 필요합니다. 경기가 부진하다고 손 놓은 채 돈만 잃게 되면 결국 증권사나 은행 등에 돈을 맡겨놓은 일반 개인들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시장 교란을 일으켜서 불안에 투자하려는 조작 수준의 공포 투자는 비난을 받기 마련입니다. 심할 경우 금융당국 조사나 고발 등의 조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공매도는 개미 투자자들의 지탄을 받는 대표적인 투자 방식 중 하나입니다. 기관의 헤지(위험회피) 수단의 하나일 뿐이라는 의견과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트려 피해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상충됩니다.
투자의 정도(正道)를 따지는 것에 앞서 대비는 해야겠죠. 일반 개인들이 풋옵션 투자를 하거나 CDS를 사는 등의 방식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다만 시장 상황에서도 역동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등에 투자하거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상품을 사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위험에 맞서는 자세에 대해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