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신사업 선봉장에 선 정기선 부사장이 이번에는 ‘전문 인력 수혈’을 통해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띄웠다. 그룹의 본업인 조선이 아직까지 구조조정 중인만큼 수익 창출을 대체할 신사업의 우수 인재(人材)를 미리 선점해, 차세대 성장 동력을 제대로 키워나가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100%로 출자해 설립한 산업용 보일러 설계생산 전문회사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이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전문 인력 채용에 나섰다. 모집부문은 △설계 △공사관리 △품질관리를 비롯해 △영업 △경영 등 지원 업무까지 신입 및 경력사원을 모집했다.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여야 하고, 수행 업무에 따라 전공요건도 갖춰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신규 수주가 없어 남은 일감이 45개월째 ‘제로(0)’로 가동을 중단한 해양플랜트사업본부의 보일러 부문을 분사,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을 세웠다. 올 8월6일 법인 등기를 마쳤으며 권오식 보일러부문장(전무)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화력발전소, 정유공장 등에 설치되는 산업용 보일러와 주변 설비들의 설계·생산을 담당한다.
정 부사장은 산업용 로봇사업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앞서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로봇 사업부문도 전문 인력을 꾸렸다. 모집 직무는 △로봇영업·서비스 △산업용 로봇기술 △LCD(액정표시장치) 로봇 적용 설계 △로봇기계 품질·통계지표 분석관리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설계·개발 등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산업용 로봇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5월 독일 쿠가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2021년까지 국내 시장에 산업용 로봇 6000여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쿠가와의 이번 협약 역시 정 부사장이 주도했다. 지난 9월엔 중국 로봇업체 하궁즈넝과 스마트팩토리 공장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산업용 로봇을 연산 최대 2만대 생산 규모로 대구 공장과 같은 수준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산업용 로봇은 중국 내 상하이 및 화동지역에 2022년까지 1만7000대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현대중공업 측은 예상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지난 한 해 매출 2745억원, 영업이익 225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만 8%를 넘어섰다. 자동차 제조용 로봇, LCD(액정표시장치) 운반용 로봇 생산에 주력한 덕분에 현재 산업용 로봇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린다. 지난 2016년 11월 출범한 선박 사후서비스(AS) 전문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도 정 부사장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사장은 이미 그룹 본업인 조선업에서 이미 능력을 어느 정도 검증받은 상태”라면서 “올해 들어 국내외 로봇 기술 관련 업체들과 협업을 강화하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정 부사장의 경영보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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