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8·31대책을 내놓으면서 '투기는 끝났다' '투기시대의 종말'을 선언했으나 1년여만에 빈말이 됐다. 8·31대책을 입안했던 김수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도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자인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가 커진 이유는 실물적 요인보다 심리적 불안요인, 즉 고분양가 우려 · 정권말기의 우려·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함께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정부의 잇따른 강공책이 먹히면서 집값이 안정세를 찾는 듯 보였지만 9월 들어 전셋값이 뛰면서 집값도 다락같이 오르고 있다.
최근 집값 오름세의 특징은 ▲강북과 수도권지역이 집중적으로 오르고 ▲대형보다는 중소형아파트의 상승률이 높고 ▲무주택 봉급생활자가 주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 투기꾼들이 강남 재건축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집값을 올렸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딴판인 셈이다.
이처럼 무주택자들이 중소형아파트 구입에 나서는 이유는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영 집 장만을 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집값을 꺾겠다"는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써온 수요억제책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 신도시 카드를 들고 나왔으나 급한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렇다고 더 강력한 규제책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앞으로 지어지는 신도시 집값이 기존보다 싸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집값 상승세를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